“23년차 이적생,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강민입니다.”
‘짐승 수비’ 김강민(42)이 한화 선수로 첫인사를 했다. 19일 구단 공식 채널 ‘이글스TV’를 통해 한화의 김강민이 된 소감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해 11월22일 2차 드래프트 때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아 SK 시절부터 23년간 몸담은 SSG를 떠난 김강민은 그동안 모든 매체와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마음이 복잡다단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새 시즌 한화 선수단의 프로필 촬영 및 용품 지급일을 맞아 찾은 대전에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구단 공식 방송을 통해 기다려온 팬들에게 “23년차 이적생,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강민입니다”라고 첫인사를 했다. 정확하게 따지면 2001년 데뷔 후 올해로 24년차가 됐지만 23년간 뛰던 팀을 떠나 처음으로 이적했으니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울 것이다. 등번호도 0번에서 9번으로 바꿨다.
최근 인천에서 같은 팀 후배 외야수 이명기와 운동 중인 김강민은 “올 시즌 잘하려고 운동을 조금 일찍 시작했다. 프로야구 선수이고, 야구를 잘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몸을 빨리 만들고 있다”고 근황부터 전했다.
이어 그는 “이 나이에 컨디션이 100% 좋을 순 없다. 생각보다 괜찮다. 나쁘지 않다. 지금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보다 스프링캠프에 가서 시범경기까지 계속 끌어올리려 한다. (시즌이 개막하는) 3월에 컨디션이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큰 논란과 혼란의 연속이었던 2차 드래프트. 김강민 개인은 물론 23년간 SK-SSG에서 그를 지켜본 인천 야구 팬들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SSG를 둘러싼 후폭풍도 오래 갔다.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을 생각하면 김강민은 아직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다. 그래도 베테랑답게, 프로답게 마음을 추스렸다.
김강민은 “그때는 많이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때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해야 될 일에 대한 목표, 그거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올해 팀 성적과 여기 있는 구성원이랑 어떻게 해나갈지, 팀에 어떻게 스며들지를 많이 생각한다. 지나간 것은 접어두고 있다”며 과거를 돌이키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SK, SSG 한 팀에서만 무려 23년을 보낸 원클럽맨이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한화의 지명을 받고선 은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강민은 이틀 뒤 대전으로 내려와 손혁 한화 단장과 면담을 가졌고, 현역 선수 연장 의지를 전했다. 대전으로 내려올 떄부터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김강민은 “그때 왔을 때도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하고 온 거라 크게 다를 건 없었다”고 떠올렸다.
1982년생으로 추신수(SSG), 오승환(삼성)과 함께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이지만 팀을 옮긴 것은 야구 인생 통틀어 처음이다. 그는 “솔직히 두려움도 있다. 팀을 옮긴 것은 처음이라 우려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차츰차츰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18일 또 다른 이적생 안치홍과 점심 식사를 했고, 주장 채은성과도 추후 식사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제 대전으로 내려왔지만 인천 야구 팬들이 보내준 무한한 사랑과 응원은 결코 잊을 수 없다. 김강민은 “이십 몇 년이라는 시간은 한순간에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인터뷰로 담는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도 조금은 짠하다”며 “저를 좋아해주신 팬분들은 제 가슴 속에 계속 있다. 추억으로 잘 갖고 있다. 그게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이별하는 것처럼 인터뷰를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고 진심을 전했다.
선수 생활 말년이지만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준 한화에서 마지막 커리어를 불태운다. 김강민은 “이전에 23년간 함께한 팬분들과 추억을 만든 것처럼 앞으로 여기 예신 한화 팬 여러분하고 좋은 이야깃거리, 좋은 추억,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화 이글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저 또한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이다. 시즌 때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