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이정후(26)와 한솥밥을 먹게 된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28)가 선발투수로 새출발한다.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품어온 소원을 풀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FA 우완 투수 힉스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4년 보장 4400만 달러 조건으로 계약금 200만 달러에 연봉은 올해 600만 달러, 2025~2027년 각각 1200만 달러씩 받는다. 투구 이닝에 따라 연간 최대 200만 달러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으로 보낸 힉스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힉스를 선발로 기용한다. ‘MLB.com’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은 “힉스의 커리어를 따라가면서 그가 투수로 진화하고, 더 나아지는 것을 봤다. 우리는 힉스가 선발로서 요소를 확실히 갖췄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 데뷔한 힉스는 지난해까지 5시즌 통산 212경기(8선발·243⅓이닝) 11승21패32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3.85 탈삼진 255개를 기록했다. 2008년 스탯캐스트 측정 이후 우완 투수 최고 105마일(169.0km) 강속구를 두 번이나 뿌린 파이어볼러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시즌 중 트레이드로 세인트루이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2개 팀에서 65경기(65⅔이닝) 3승9패12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81개로 활약했다. 불펜투수로는 확실히 검증이 됐다.
하지만 선발로는 경력이 짧다. 2022년 세인트루이스 시절 시즌 초반 8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승리 없이 4패를 안으며 평균자책점 5.47로 부진했다. 5이닝을 넘긴 것도 딱 1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상당수 파이어볼러들이 그렇듯 제구가 불안하고, 투구수가 늘어나다 보니 선발로 긴 이닝을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힉스는 마음속에 선발투수로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선발 뎁스 강화를 노리던 샌프란시스코가 힉스의 가능성을 보고 선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자이디 사장은 “가능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을 갖추는 게 항상 우리 목표였다. 힉스를 전통적인 선발로 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선발투수로서 투구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계속 체크를 해야겠지만 우리는 그가 선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선발진에 안정감을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구원투수가 선발로 보직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가 그렇게 많진 않다. 하지만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성공 사례를 지켜봤다. 뉴욕 메츠에서 7년간 275경기 중 선발로 38경기를 던졌지만 갈수록 구원으로 비중이 높아진 세스 루고가 지난해 샌디에이고로 FA 이적해 선발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26경기(146⅓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3.457 탈삼진 140개로 활약하며 보직 변경에 성공했다. 시즌 후 다시 FA가 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3년 4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좋은 대우를 받았다.
멜빈 감독은 “마음가짐이 큰 영향을 미친다. 루고는 이닝이나 투구수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제 선발이 됐으니 선발로 나가겠다. 그게 내 모습이다’고 말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그 어떤 선발보다도 생산적이었다”며 “힉스가 가지고 있는 동기 부여와 마음가짐이라면 선발로 잘 맞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힉스는 “마음속으로 항상 선발투수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내 목표였다. 이제 선발로 던질 준비가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통산 4경기 8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며 평균자책점 3.38으로 좋은 성적을 낸 것도 힉스에겐 긍정적인 요소. 선발로 유일하게 5이닝을 던진 것도 2022년 5월14일 오라클파크 원정경기(5이닝 3실점). 힉스는 “내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주된 이유였다. 상대팀으로 올 때도 투구하기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며 투수 친화적인 오라클파크에서 성공적인 선발투수 변신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