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한화 포수가 된 이재원(36). 인천 야구의 전성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인천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1차 지명으로 연고팀 SK에 입단한 뒤 SSG까지 이어진 인천 야구 역사에서 총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주전 포수로 이끈 우승만 두 번으로 18년의 긴 세월을 인천에서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1군에서 27경기 출장에 그치며 전력 외로 밀려난 이재원은 시즌 후 SSG에서 지도자 제의를 받았다. ‘원클럽맨’으로 은퇴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재원은 고심 끝에 방출을 요청했다. 선수 생활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었고, 포수 뎁스 보강을 노린 한화와 인연이 닿았다. 1군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받고 한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옆 한밭체육관에서 진행된 한화 선수단의 새 시즌 프로필 촬영 및 용품 지급 날을 맞아 이재원도 등번호 32번이 새겨진 새 유니폼을 입었다. 오렌지색 포수 프로덱터를 착용한 모습이 낯설지만 꽤나 잘 어울렸다.
SK 시절 이재원과 함께 뛰었던 한화 외야수 이명기는 “재원이가 SSG에서 주축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온 것을 보면서 나도 자극이 된다. 야구를 더 하기 위해, 열정을 갖고 내려온 것이다. 그런 모습에 나도 의욕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많은 고민을 했다. (SSG를 떠난 것이) 아쉽지만 야구를 하고 싶었다. 힘들 때 불러주신 한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화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몸이 아프거나 어디 안 좋았다면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그만했을 텐데 몸 상태가 괜찮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가족들의 힘이 커다. 가족들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큰 경험하고, 새로운 길을 가보라’고 지지해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인천에서 보낸 전성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대전에서 새출발한다. 이재원은 “한화는 오고 싶었던 팀이었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10개 구단 선수들이 다 안다. 성적이 잘 날 것 같은데 왜 아쉽게도 안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좋은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고참 선수들과 힘을 합쳐 5강 이상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한화는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를 비롯해 김서현, 황준서 등 2년 연속 전체 1순위 신인 투수들까지 영건들이 많다. 이재원은 공을 받아보고 싶은 한화 투수로 “너무 많아서 누구 한 명 꼽을 수 없다. 큰 틀에서 본다면 동주도 있고, 준서도 있는데 불펜에도 볼 빠르고, 좋은 투수들이 많다. 상대팀으로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투수들의 볼을 받아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한화에는 비슷한 시기 나란히 이적한 김강민을 비롯해 정우람, 이명기, 이태양 등 SK에서 같이 뛴 선수들이 많다. 정경배 수석코치, 박재상 주루코치와도 잘 안다. 이재원은 “아는 사람들이 많아 적응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주장 (채)은성이도 계약을 하자마자 바로 전화가 와서 잘해보자고 하더라.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는데 먼저 연락이 와서 고마웠다”며 웃어 보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재원의 경험을 무시 못한다. 포스트시즌도 많이 했고, 투수 연차에 따라 리드가 다르다. 대타 카드로도 쓸 수 있다”며 “절실한 사람은 뭔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재원을 기존 포수 최재훈, 박상언, 장규현과 경쟁시킬 예정이다.
이재원은 “지난해 성적은 다른 이유가 없다. 부진해서 못 나갔다. 내가 충분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며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는 첫째로 잘해야 한다. 팀도 나도 잘하는 게 목표다. 5강이 목표라고 말하는데 그 이상 높게 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캠프 때 선수들과 같이 준비 잘해서 윈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