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수비’ 김강민(42)이 드디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등번호 9번을 쓰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옆 한밭체육관에서 2024시즌 프로필 촬영과 함께 새로운 용품 지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의 새 식구가 된 김강민도 이날 모습을 드러내 처음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새 등번호는 9번으로 SK-SSG 시절 사용한 0번을 뗐다. 스윙 포즈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며 주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김강민은 인천에서 함께 훈련 중인 같은 팀 후배 외야수 이명기를 태우고 운전을 해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등번호 9번이 새겨진 새로운 유니폼을 받고 후배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FA로 한화에 새로 온 내야수 안치홍과는 포응을 하며 "너랑도 같이 야구를 해보네"라며 웃었다. 한화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프로필 촬영을 마친 뒤 새로 지급된 용품을 챙겼다. 체육관 바깥에서 기다린 한화 팬들에게 사인도 해줬다.
한화는 2018년 포수 김창혁이 0번을 썼지만 2019년 이후로 0번이 계속 비어있다. 김강민이 충분히 0번을 달 수 있었지만 9번을 택했다. 한화의 9번은 지난해까지 내야수 박정현이 사용했는데 지난달 상무에 입대했다. 한 자릿수 번호로 3번과 6번도 남아있었지만 0과 비슷한 모양의 9가 김강민의 새 번호가 됐다. 3번은 안치홍의 새 등번호가 됐다.
김강민은 2차 드래프트 이후로 아직 공식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워낙 큰 화제와 논란이 되면서 아직 마음의 부담이 남아있는 모습. 오는 30일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한화 선수로 첫 인터뷰에 나설 예정이다. 등번호 9번을 선택하게 된 배경도 그때 알 수 있을 듯하다.
SK 시절부터 김강민과 인연이 있는 후배 이명기는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온 강민이형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았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있다”며 “강민이형과 인천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왜 야구를 오래하는지 알 수 있다. 옆에서 같이 하면서 많은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SK에 지명된 우투우타 외야수 김강민은 지난해 SSG까지 23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인천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2007~2008년, 2010년, 2018년, 2022년 총 5차례 SK-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늘 김강민이 있었다. 특히 2022년에는 2승2패로 맞선 5차전에서 9회말 대타로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통산 1919경기를 뛰며 타율 2할7푼4리(5364타수 1470안타) 138홈런 674타점 805득점 476볼넷 1114삼진 209도루 출루율 .340 장타율 .410 OPS .750을 기록했다. 2010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도 받았다. ‘짐승 수비’라고 불릴 정도로 중견수로서 폭넓은 수비와 강견을 뽐냈고, 타격에선 결정력 있는 한 방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같은 1982년생 추신수(SSG), 오승환(삼성)과 함께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로 은퇴가 머지않았지만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35인 보호선수명단에 들지 못했다. SSG가 은퇴 예정 선수라는 별도의 표기도 하지 않았고,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뽑았다. 23년 프랜차이즈 선수의 소속팀이 한순간에 바뀌면서 큰 논란과 화제가 됐다.
은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김강민은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해준 한화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외야 뎁스가 약한 한화는 김강민의 수비력과 경험을 필요로 했다. 대타는 물론 주전 경쟁도 가능한 선수로 높이 평가했고, 김강민도 마음이 움직였다.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교본으로 팀 전체에 미칠 영향력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