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FA까지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핵심 필승조 구승민(34)은 어느덧 ‘예비 FA’가 됐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 지명을 받은 뒤 12년차에 드디어 예비 FA 시즌에 접어들었다. 느리지만 뚜벅뚜벅 걸어온 구승민의 역사는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고 뿌듯해 할 만하다.
2015년에는 이승엽(현 두산 감독)의 통산 400홈런 허용 투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었지만 이후에는 이러한 수식어를 완벽하게 지워내는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6년 상무에 입대해서 본격적으로 필승조 수업을 받은 구승민은 2018년부터 롯데의 역사를 쌓기 시작했다. 상무 전역 후 첫 시즌인 2018년 64경기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의 성적을 남기며 1군 필승조로 연착륙했다. 2019년에는 41경기 1승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6.25로 성장통을 겪었다. 그리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으면서 한 템포 쉬어갔다.
이후 구승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필승조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2020년 20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했다. 2012~2015년 안지만에 이은 KBO리그 역대 2번째 대기록이었다.
4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하면서 최소 57경기, 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 기간 265경기를 등판하면서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 최다 등판 공동 1위(SSG 서진용)를 기록했다. 필승조이자 마당쇠로서 헌신했다. 그러자 롯데 구단 최다 홀드에 이어 구단 최초 100홀드 기록까지 수립하며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불펜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구승민은 “지나고 나서 보니 정말 뿌듯하다. 꾸준하게 했다는 기록이니까 이제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에게 ‘이 정도 계산이 서는 선수’로 인식이 된 것 같다”라면서 “아프지 않고 이 정도 해줄 수 있는 투수라고 인정을 받은 게 기분 좋다”라고 웃었다.
구승민은 매년 기록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다. 20홀드 기록이 거론될 때마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매 경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결국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예비 FA’에 대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당장 눈 앞의 경기, 눈 앞의 시즌만 보고 달려왔다. FA를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라고 자신의 과거를 곱씹었다.
이어 “FA만 바라보고 선수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신경을 쓰다가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해오던대로 할 것이다. 아직 내가 FA 자격을 모두 채운 것은 아니지 않나. FA 자격을 온전히 채우고, 똑같이 60경기 60이닝 목표를 채우고 시즌이 끝나면 그때 FA라는 게 와닿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장 올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그동안의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는 필수다. 지난해 막판 어깨 통증으로 잠시 흔들렸다. 세부 수치들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어깨에 불편함을 안고 던지면서 수치들이 조금 안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쉽게 들어가야 할 타이밍에 자신있게 공을 못 뿌린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올해는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준비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구승민은 오는 1월21일, 김원중, 나균안, 진해수 등 투수조 13명이 떠나는 괌 스프링캠프 선발대에 포함돼 일찌감치 FA 시즌과 대박을 준비한다. 지난해 개인 사정으로 괌 캠프에 합류를 못했던 만큼 기대도 크다. 그는 “일찍 따뜻한 곳에 가서 훈련을 하니까 수월한 게 있더라. 기대가 된다”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