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풍 코치님께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줬다.”
한화 내야수 문현빈(20)은 지난 9일 대전에서 열린 2024년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김동헌(키움)과 함께 ‘선배와의 만남’ 코너에 참석했다. 프로를 1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최근까지 신인으로 느꼈던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새내기들에게 전했다.
문현빈은 “프로에선 일주일에 6경기를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못하더라도 빨리 잊고, 잘하더라도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부상과 체력 관리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개인적으로 이지풍 코치님께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줬다. 코치님이 쓴 책을 보면 생각하시는 게 다르다. 그걸 보고 코치님께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고 말했다.
문현빈이 말한 책은 이지풍 코치가 2022년 발간한 ‘뛰지 마라, 지친다’. 이 코치의 오랜 야구계 경험과 철학을 담은 책으로 야구도 인생도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불안 해소를 위한 휴식,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현빈은 지난 시즌 중 “4~5월은 멘탈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지풍 코치님의 멘탈 트레이닝이 진짜 신세계였다. 코치님과 얘기한 뒤로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지풍 코치는 수석 트레이닝코치로 한화 선수들의 몸을 책임진다. 2004년 현대 트레이너로 야구단에 들어온 뒤 넥센(현 키움), KT, SK를 거쳐 2021년 10월 한화에 왔다. 오랜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트레이닝 철학으로 명성을 쌓았는데 선수들이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멘탈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한화 불펜 필승조 김범수도 2022년 이 코치를 만난 뒤 심적으로 안정을 찾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는 “이지풍 코치님이 오신 뒤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웠다. 오랫동안 야구계에 계시면서 많은 선수들을 봐오셨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 내게도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코치님을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가 더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신세계였다”고 말했다.
김범수의 말을 듣고 이 코치의 책을 본 문현빈도 멘탈적인 도움을 받았고, 고졸 신인으로는 드물게 1군에서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완주했다. 2루수와 중견수를 넘나들며 팀에서 가장 많은 137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6리(428타수 114안타) 5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신인 야수 WAR 1위로 고졸 신인 역대 7번째 시즌 100안타를 돌파하며 한화 타선에 힘을 실었다. 빼어난 컨택 능력과 함께 매 순간 전력 질주하는 악착같은 승부 근성이 돋보였다.
“만족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든 멘탈이든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신인들에게 조언한 문현빈은 19살답지 않은 소신과 단단함이 있다. 이 코치도 이런 점을 눈여겨봤다. 이 코치는 “매년 신인을 10명씩, 지금까지 200명 넘게 본 것 같다. 현빈이는 그 중 10명 안에 들어간다. 야구 실력으로는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내가 알 수 없지만 19살 선수라도 이야기해보면 뭔가 각자 다른 느낌이 있다. 키움 시절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키움), 강백호(KT)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을 현빈이에게 받았다. 현빈이도 그에 못지않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코치는 “현빈이에게 해준 말이 특별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처한 환경에서 말 못할 고민들이 있는데 그걸 들어주며 이야기한 것이다. 야구는 실패가 많은 스포츠이고, 안 될 때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19살 선수가 프로에 와서 6개월 내내 잘할 순 없다. 그게 당연한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며 “현빈이는 야수이지만 2라운드에 지명됐다.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선수는 그런 기술과 함께 명석함, 멘탈적인 부분이 타고났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데뷔를 했지만 2년차 시즌이 더 중요하다. FA로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2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문현빈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안치홍 선배님이 오셔서 너무 좋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도 “외야 연습도 생각을 하지만 2루에 욕심이 난다. 2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쟁은 무조건 자신있다. 작년보다 잘할 자신이 있고, 준비도 잘하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