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이 지나면서 KBO리그 FA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해 들어 7명의 선수들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2월 스프링캠프가 다가오면서 하나둘씩 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 4일 KIA 김선빈의 새해 첫 계약을 시작으로 5일 삼성 임창민, 8일 삼성 김대우가 차례로 계약했다. 이어 12일 이지영이 SSG로 사인&트레이드된 뒤 16일 SSG 김민식, 삼성 오승환이 같은 날 연이어 계약 소식을 알렸다. 17일 삼성 강한울까지 속속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FA 시장에는 3명의 선수만 남았다. 투수 홍건희(32), 주권(29), 내야수 김민성(36)이 아직까지 미계약 신분이다. 홍건희와 주권은 A등급이고, 김민성은 B등급이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올해 FA 시장은 꽤나 경색돼 있다. 11월 중순 FA 개장과 함께 전준우(롯데), 안치홍(한화), 김재윤(KT), 양석환(두산) 등 대어급 선수들이 속전속결로 행선지를 결정한 뒤 준척급 선수들의 옵션 비중이 큰 계약들이 쏟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단에 유리해지는 분위기다. 포수 김민식은 당초 원소속팀 SSG로부터 3~4년 10억원대 계약을 제시받았지만 도장을 찍지 않았다. SSG가 이지영을 깜짝 영입한 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자 2년 5억원으로 대폭 깎인 조건에 계약했다.
예전 같았으면 선수가 시간을 끌고 버티면 조건이 올라갔지만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다. 시장 구조와 분위기가 바뀌었다. 팀 연봉 총액 상한제인 샐러리캡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구단들이 쉽게 지출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이 2025년까지 적용되는 샐러리캡 상한선(114억2638만원)이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연봉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푼이라도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
예전처럼 선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선심성 퍼주기 계약을 안겨주는 건 불가능하다. 선수들도 자기 객관화가 더욱 더 중요해졌다. 이미 지난해 FA 시장에서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1월을 넘긴 뒤 계약한 NC 권희동(1년 최대 1억2500만원), 한화로 사인&트레이드된 이명기(1년 최대 1억원)가 박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키움 정찬헌이 3월말 시즌 개막을 앞두고 2년 8억6000만원에 계약했지만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는 끝내 팀을 찾지 못하고 은퇴했다.
장기전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샐러리캡 시대 이전에도 시기가 늦을수록 좋은 계약을 따내기가 어려웠다. 2019년 3월 키움에서 LG로 사인&트레이드된 김민성(3년 최대 18억원), 2021년 5월 시즌 중 NC와 계약한 이용찬(3+1년 최대 27억원)을 빼면 전부 2년 이하, 보장 9억원 이하 계약을 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FA 미아로 끝날 수도 있다. 강리호에 앞서 2007년 노장진, 차명주, 2011년 이도형, 2017년 용덕한, 2018년 이우민, 2020년 손승락이 FA 신청 후 계약하지 못한 채 은퇴했다.
1년을 아예 건너뛰고 계약한 선수들도 있었다. 2011년 한화에서 FA 미아가 돼 멕시코, 독립리그를 거친 투수 최영필은 한화가 보상선수 권리를 포기하면서 2012년 SK로 이적했다. 노경은(SSG)도 2019년 롯데와 FA 협상 결렬로 1년을 무적 신분으로 지내다 2년 11억원에 롯데와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롱런했거나 롱런하고 있지만 1년 공백은 아깝다.
FA 미계약 신분이 길어질수록 선수가 더 힘들다. 일단 개인 운동에 전념하기 힘들다. 캠프 합류가 늦어지면 시즌 준비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FA 데드라인은 따로 없지만 1월말 스프링캠프 출발 시기를 넘어가면 선수만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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