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서건창(35)이 자신이 전성기를 보냈던 키움 히어로즈가 아닌 고향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KIA는 지난 15일 “서건창과 연봉 5000만원, 옵션 7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라고 발표했다.
베테랑 내야수인 서건창은 KBO리그 통산 1256경기 타율 2할9푼7리(4597타수 1365안타) 39홈런 491타점 813득점 229도루 OPS .781을 기록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서건창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서건창은 당시에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군 경기에 나온 것은 단 1경기 뿐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부상 이후 방출돼 군에 입대하며 그대로 야구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1년 9월 넥센(현 키움)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남다른 기량을 보여주며 2012년 정식선수로 등록돼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키움에서 기회를 잡은 서건창은 마침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2012년 127경기 타율 2할6푼6리(433타수 115안타) 1홈런 40타점 70득점 39도루 OPS .709를 기록하며 주전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키움의 주전선수로 자리를 잡은 서건창은 2014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28경기 타율 3할7푼(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 OPS .985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0안타를 달성한 서건창은 키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리그 MVP를 들어올렸다.
화려했던 서건창의 전성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2018년 부상을 당해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고 이 때부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점차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서건창은 결국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 LG로 돌아갔다.
LG에서도 서건창은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LG 이적 첫 해 68경기 타율 2할4푼7리(235타수 58안타) 2홈런 24타점 33득점 6도루 OPS .655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77경기 출장에 그쳤고 두 번째 FA 자격도 행사하지 않고 FA 3수에 도전했다. 지난해에는 키움 시절 전성기를 함께했던 염경엽 감독이 LG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반등이 기대됐지만 44경기 타율 2할(110타수 22안타) 12타점 14득점 3도루 OPS .542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이 끝난 뒤 서건창은 세 번째 FA마저 신청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LG가 서건창을 방출하면서 결국에는 시장에 나오게 됐다.
시장에 나온 서건창에게 키움이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지난해 12월 “서건창이 방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연락을 해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쉽게 키움행을 결정하지 못했다. 키움에는 이미 확고한 주전 2루수 김혜성이 버티고 있고 2차 드래프트에서 최주환까지 키움으로 가게 됐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최주환은 지난해 20홈런을 때려낸 거포다. 서건창이 포지션 경쟁에서는 이기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KIA도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던 주전 2루수 김선빈과 3년 총액 30억원에 재계약한 상태다. 하지만 서건창과 동갑으로 나이가 적지 않은 베테랑인 김선빈도 이제는 체력관리가 필요한 나이가 됐다. 백업 자원으로 서건창이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형욱 단장은 “그래도 계약이 발표되기 전에 먼저 서건창이 연락을 해줬다. KIA로 가게 됐지만 신경을 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나도 건강하게 잘 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겠나”라고 말한 고형욱 단장은 “우리는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한 것이지만 서건창에게는 자기 인생이 달린 결정이다. 그리고 인연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서건창이 이번에는 정말 몸 안다치고 건강하게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서건창을 응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