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 트레이드 복덩이로 거듭난 홍건희(32)의 생애 첫 FA 협상이 세 번째 만남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승엽 감독까지 직접 잔류를 요청한 가운데 이번 주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건희는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구단에서 잘해주시겠죠”라며 두산 프런트에 홍건희 잔류를 요청했다.
감독이 직접 나서 홍건희의 잔류를 언급한 이유는 2월 1일 호주 스프링캠프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건희는 두산의 새 시즌 클로저 후보이자 투수조장 적임자. 하지만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새 시즌 전력을 구상해야하는 사령탑 입장에서는 지금의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두산은 아직 2024시즌 투수조장을 맡을 선수도 결정하지 못했다.
구단과 선수가 평행선을 걸은 지도 어느 덧 두 달 가까이 흘렀다. 홍건희 측은 잔류 협상 기조를 세운 두산과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만났다. 첫 만남부터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큰 소득 없이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홍건희가 에이전트를 교체한 가운데 다시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지만 역시 유의미한 결과는 내지 못했다.
두산은 이미 홍건희 측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잔류 기조를 유지하되, 샐러리캡 기준에 부합하는 금액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샐러리캡을 타이트하게 맞춰놓은 상태다. 우리가 생각하는 홍건희 계약의 적정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FA 계약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구단이 측정한 홍건희의 레벨에 적합한 계약 조건을 선수 측에 제시했다.
홍건희는 타 팀 이적 시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및 연봉 200% 또는 연봉 300%가 수반되는 A등급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 이에 지난해부터 원소속팀 잔류라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홍건희 측 또한 정상급 필승조 자원인 선수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두산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
홍건희는 지난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2023년 두산 이승엽호의 클로저로 낙점되며 뒷문지기 역할까지 수행했다. 부진으로 인해 막바지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64경기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준수한 성적으로 예비 FA 시즌을 마쳤다.
두산 관계자는 16일 OSEN에 “이번 주 홍건희 측과 세 번째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다시 한 번 구단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선수와의 이견을 좁힐 계획이다. 이승엽 감독까지 선수 잔류를 요청한 가운데 세 번째 만남에서는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16일 포수 김민식과 투수 오승환이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제 FA 시장의 미계약자는 홍건희, 주권, 김민성, 강한울 등 4명밖에 남지 않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