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본전이다.
KIA 타이거즈가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5)을 영입하면서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KIA가 큰 돈을 들인 것은 아니었다. 연봉 5000만 원을 보장했다. 옵션 7000만 원도 100% 받을 금액은 아니다. 1군에서 충분히 뛰고 실적을 올려야 받는다. 작년 LG 트윈스에서 받은 연봉 2억 원에서 75%가 깎였다. 사실상 최연봉인데도 감수했다. 고향에서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KIA가 서건창을 영입한 이유는 충분히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몸상태를 알아봤는데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충분히 퍼포먼스를 내줄 것이다"고 밝혔다. 2014시즌 201안타의 3할 타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테랑 타자답게 유의미한 기능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KIA는 올시즌 강력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찬호 김도영 최원준으로 이어지는 졍고한 타격을 펼치는 40도루 능력자들,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의 중심타선, 3할타자 김선빈과 이우성의 하위타선까지 짜임새가 좋다. 김태군과 한준수 등 포수들의 타격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대타 카드는 고종욱이 버티고 있다. 타자로 본다면 서건창이라는 대타카드를 추가한 것이다.
KIA 약점 가운데 하나는 주전 내야수와 백업 내야수들의 타격능력이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작년 최정용 김규성 홍종표를 2루수와 내야 백업으로 활용했는데 타격이 뒷받침 되지 않아 후반 경기 운용이 쉽지 않았다. 물론 주전 2루수 김선빈이 풀타임이 어려울 경우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 서건창이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1루수 기용도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심 단장은 "2루수를 주로 했지만 1루수도 기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IA 1루수는 아직 주전이 없다. 황대인, 변우혁에 1루수 병행을 시도중인 이우성이 경쟁하고 있다. 1루수에도 새로운 백업옵션이 생겼다. 서건창의 영입이 전력의 빈틈들을 메워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린 내야수들의 성장에 도움도 된다. 넥센 시절 함께 했던 심재학 단장은 "성실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는 선수이다. 우리 어린 내야수들이 보고 배울만 할 것이다"고 기대를 했다. 서건창도 "내가 다가가 조언하기 보다는 솔선수범하면 된다. 그냥 내것을 보여주면 된다. 나도 그렇게 선배들에게서 배웠다"고 부응했다. 큰 퍼포먼스는 아니더라도 성장하는 어린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것 자체도 본전 이상의 소득이다.
KIA에는 이미 방출생으로 멋지게 성공한 고종욱이 있다. 2021시즌을 마치고 SK에서 방출된 이후 KIA 유니폼을 입고 재기에 나섰다. 통산 3할 타자 답게 확실한 대타 카드로 제몫을 했고 2023시즌에는 외야수로도 많이 뛰면서 힘을 보탰다. 연봉도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올랐고 작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2년 총액 5억원(계약금 1억 원, 연봉 1억5000만 원, 옵션 1억 원)에 계약했다. 서건창이 바통을 잇는다면 또 하나의 성공스토리가 될 수 있다.
서건창은 재기 의지가 강하다. 2014 MVP를 획득하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나 지금은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동안 너무 급했다. 이제는 고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KIA를 택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출발하겠다는 마음이다. KIA가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외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서건창의 행보가 흥미진진해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