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노진혁(35)에게 지난해는 최악의 시즌 중 하나였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10년 넘게 몸 담았던 NC를 떠나서 롯데로 이적했다. 4년 50억 원이라는 금액에 ‘거포 유격수’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견실한 수비력을 갖췄고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인 노진혁은 롯데가 꾸준히 눈독 들이던 선수였고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노진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4년 계약의 첫 시즌이 끝난 뒤, 롯데와 노진혁은 모두 웃지 못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노진혁은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하는 능력은 노진혁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고 롯데의 투자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지난해 스몰볼 중심의 야구에서 노진혁이 중장거리포를 적재적소에 터뜨리면서 시즌 초반 타선을 이끌었다. 5월까지 타율 2할8푼7리 3홈런 22타점 OPS .800으로 팀 내 최고 타자로서 군림했다. 득점권 타율이 2할5푼(36타수 9안타)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접전 상황에서 4할2푼3리(26타수 11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클러치 히터’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하지만 5월 이후 노진혁은 흔들렸고 무너졌다. 롯데도 함께 흔들렸고 추락했다. 노진혁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었고 여기에 옆구리 통증까지 찾아왔다. 결국 옆구리 염좌로 20일 가량 전열을 이탈했다. 복귀는 했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도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노진혁은 결국 순위싸움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7월 한 달 간 1할9리(46타수 5안타) 4타점 OPS .326에 그쳤고 팀도 이 기간, 가을야구 순위권에서 멀어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113경기 타율 2할5푼7리(334타수 86안타) 4홈런 51타점 OPS .724이었다. 2013년 1군 데뷔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시즌이었다. 냉정하게 이적 첫 시즌은 FA 모범생이 아니었다.
노진혁은 다시 ‘모범생’의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창원과 부산을 오가면서 훈련을 진행 중이다. “항상 걱정해주시는 허리 쪽과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에는 안 다칠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몸 관리에 더 자신 있을 것 같다”라고 다짐했다.
노진혁은 ‘인싸’ 기질이 있는 선수다. 스스로도 “사교성이 좋은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 새로운 팀에서 적응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는 지난해를 “합이 좀 안 맞았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저는 사교성이 좋아서 적응을 잘 할 줄 알았는데 그동안 같이 해온 게 아니니까 좀 다르게 보였던 부분도 있고 해서 조심스러웠다”라면서 “선수들과의 합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트레이닝 파트도 제 몸 상태를 처음 겪어봤다. 트레이닝 파트와 서로 많은 대화를 했다. 이전 팀에서는 어떻게 관리를 했고 이런 점들이 괜찮았다는 점들을 얘기했다.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몸 상태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뜻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적 첫 시즌이었던 만큼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캠프 선발대로 일찌감치 출국해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풀타임 완주를 못했다. 그는 “제가 사실 관리를 좀 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팀에 와서 ‘돈값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런 생각에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다. FA로 왔으니까 그만큼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체력적인 부침이 빠르게 찾아왔고 부상 부위도 악화됐다.
노진혁의 오버페이스는 주위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전)준우 형은 초반에 계속 ‘진혁아, 너무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라면서 웬만하면 바꿔달라는 말을 잘 안하는데 그러면서도 바꿔달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부상이 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부분이 부족했고 힘들었던 시즌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년차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몸 관리에 대한 트레이닝 파트와의 소통도 완전해졌고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도 끝났다. 그는 “지난해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해왔던 것과 다르게 적응할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적응이 동물이지 않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코칭스태프와의 조합도 기대되는 요소. 하지만 그는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해서 한 분과도 같이 해본적이 없다. 접점이 아예 없다”라고 웃으면서도 “김경문 감독님 계실 때를 생각하고 또 고참으로서 능글맞게 다가가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엄청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시는 것 같다. 구단 유튜브 같은 것을 보면 공격적인 야구를 많이 추구하시더라”라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고참이나 후배들이 공수에서 모두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실패해도 공격적으로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고 성공하는 길이 많이 보일 것 같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작년에는 번트를 많이 댔었는데 감독님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니까 우리 타자들도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연구하면 더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는 치홍이가 주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이제는 제가 내야를 이끌어 가야 하는 위치인 것 같다. 과거 두산에서 오재원 형이 두산에서 리더가 되지 않았나. 내야를 항상 이끌었듯이 제가 내야들을 이끌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당근과 채찍을 주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고참의 나이인만큼 고참들과의 시너지, 그리고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가기 위해 좀 더 나서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최근에는 구단 유튜브 차원의 컨텐츠로 전준우 김상수 유강남 정훈 등과 함께 등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작년에는 고참들의 힘이 많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9연승을 하고 떨어질 때쯤 고참들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고참들이 더 나서서 어린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회식도 하면서 잘 풀어나가보자는 대화를 많이 했다”라면서 “고참들이 힘이 있고 고참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팀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LG도 (김)현수 형이 모든 것을 많이 이끌어주지 않았나. 우리 팀은 그게 미흡했다고 생각하는데 준우 형이 벌써 의욕이 넘치신다. 준우 형에 맞춰서 옆에서 잘 도와주면 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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