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억 거포’ 김재환(36·두산)이 휴가를 반납하고 바다 건너 강정호 스쿨까지 찾아간 이유가 밝혀졌다.
김재환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강정호 야구 아카데미에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김재환은 “사실 지금 성과를 바로 말하긴 그렇다.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라며 “그래도 잘하고 왔다. 느낌을 잘 배우고 왔다. 무엇을 배웠는지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잘 배웠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은 구체적으로 “시기를 크게 최근 6년으로 나누면 앞에 3년과 최근 3년을 비교해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는 이래서 좋았고, 지금은 이래서 안 좋은 걸 알게 됐다”라고 강정호 스쿨에서 수업을 들은 성과를 설명했다.
4년 115억 원 초대형 FA 계약 후 2년 동안 부진에 시달린 김재환은 지난해 11월 이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통상적으로 마무리캠프는 루틴이 정립되지 않은 신예들이 대거 참여하지만 사령탑의 요청과 선수의 부활 의지가 합쳐져 16년차 베테랑의 이례적인 마무리훈련이 성사됐다. 김재환은 KBO 역대 최다 홈런 기록(467개) 보유자인 이 감독의 홈런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FA 계약 3년차 시즌 부활을 꿈꿨다.
김재환은 지옥훈련 소화도 모자라 12월 휴식을 반납하고 11월 26일 자발적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무리캠프 때 느낀 부분을 12월과 1월에도 잘 기억한 상태에서 2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라는 게 사비를 들여 항공권을 구입한 이유였다. 김재환은 마무리훈련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현역 시절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장타자로 활약한 강정호를 멘토로 삼았다.
강정호 아카데미는 KBO리그를 통해 검증된 교육 기관으로 거듭났다. NC 중심타자 손아섭이 2023시즌을 앞두고 강정호를 찾아가 타격폼 교정 작업을 진행했고, 이는 3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 손아섭은 “강정호 형이 좋았던 모습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정상적인 스윙 궤적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강정호 효과를 전한 바 있다.
김재환은 왜 마무리캠프를 자청했고, 바다 건너 강정호까지 찾아 조언을 구한 것일까. 그는 “지난해 수비 시프트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았다. 공도 잘 맞지 않아서 그 속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마이너스가 된 것 같다”라며 “주변에서 밀어서 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러면 안타 1개가 나와도 밸런스가 이상해진다. 안 좋은 폼이 몸에 밸 수도 있다. 내가 나 자신을 못 믿지 않았나 싶다. 짧게도 쳐보고 좌측으로도 쳐보려다가 장점이 다 사라졌다”라고 털어놨다.
슬럼프 기간 동안 타석에서 느낀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김재환은 “잠실 타석에 들어서면 ‘어디로 쳐야 하지?’, ‘이걸 어디로 쳐야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공간이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외야로 가면 펜스 앞에서 잡힐 것 같고, 짧게 치면 다 걸릴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김재환은 다행히 새 시즌 수비 시프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KBO가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수비 시프트 제한을 결정했기 때문.
그러나 김재환은 “시프트가 계속 있었어도 생각을 고쳐먹었을 것 같다. 시프트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생각을 다르게 먹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과 달리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에 대해서는 반색의 미소를 보였다. 김재환은 “사실 제도 변화가 다 기대된다. 그 동안 나름대로 볼 판정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좋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재환은 자신을 위해 마무리캠프에서 맨투맨 특별 지도를 한 이승엽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주셨고 열정적으로 코치해주셨다. 영광이었고 감사했다”라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내용이 있는 연습이었다. 많이 하고 이런 걸 떠나서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내용이 되게 좋았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김재환은 2024시즌 역시 두산의 도약을 위한 키플레이어다. 그 동안 김재환이 4번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때 두산은 늘 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마무리캠프 참가에 이어 바다 건너 강정호까지 찾은 김재환이 양의지, 양석환, 헨리 라모스와 함께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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