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말한다. 150km 안 나오면 은퇴한다고.”
한화 우완 투수 장시환(37)은 지난해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구속이 153.2km까지 나왔다. 7월8일 대전 SSG전에서 7회 추신수 상대로 던진 3구째 공이었다. 적잖은 나이에도 평균 145.1km 강속구를 뿌렸다. 35세 이상 국내 투수 중 직구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가 바로 장시환이다.
장시환은 “비결은 나도 잘 모르겠다. 세게 던지면 그렇게 나온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선 신체가 강해야 한다.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밖에 없다. 투수치곤 웨이트 중량을 무겁게 하는 게 남들과 조금 다르긴 하다. 야수들처럼 웨이트를 드는데 2018년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 20대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30대로 접어든 뒤 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노력한다”며 “우스갯소리로 150km 안 나오면 은퇴를 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언제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것은 없지만 마지막까지 150km를 던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장시환의 규칙적인 루틴과 구속 지속성을 높이 평가, 2022년 시즌 후 3년 최대 9억3000만원에 FA 재계약했다. FA 계약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39경기(34⅔이닝) 2승2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24개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 WAR 0.49로 한화 불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 너무 좋지 않았다. 마무리 중책을 맡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개막전부터 끝내기 안타를 맞는 등 3경기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몸살이 겹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장시환은 “고열 증세가 5~6일 동안 이어졌다. 몸 상태가 완전히 바닥이었고, 체중도 5kg 빠졌다. 2군에서 3개월 있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근육량 늘리며 몸을 만들고, 구속을 올리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예상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지만 불펜이 지친 7월초 복귀 후 추격조로 시작해 필승조로 올라섰다. 8월 한 달간 12경기(13⅔이닝) 5홀드 평균자책점 0.66으로 위력을 떨쳤다. “초반부터 꾸준히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한 장시환은 “후배 선수들이 잘하다 보니 2군에 다시 내려가지 않기 위해선 더욱 잘해야 했다. 악착같이 던졌다. 다행히 몸이 잘 회복돼 구속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9월27일 대전 NC전부터 2023년 4월1일 고척 키움전까지 장장 4년에 걸쳐 이어진 KBO리그 개인 역대 최다 19연패 사슬도 마침내 끊었다. 7월25일 고척 키움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두며 2020년 9월22일 대전 두산전(6이닝 1실점 선발승) 이후 무려 1036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연패 탈출 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장시환은 “안 울려고 했는데 그동안 쌓여있던 게 터졌다. 너무 오래 참았다. 마음 한켠에 항상 가졌던 불안이 해소됐다”고 떠올리면서 “연패를 끊은 뒤 많이 달라졌다. 야구장에 나가는 것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중요한 상황에 나가면 안 좋은 생각들이 앞섰는데 그런 게 사라졌다. 심적으로 안정됐다”며 연패 탈출 전후로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새 시즌 KBO리그는 ‘로봇 심판’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커브나 포크볼 같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의 투수가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기로 커브를 구사하는 장시환에겐 호재. 그는 “커브는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던질 수 있는 변화구다. 제구가 가장 잘 된다. 로봇 심판은 2군에서 한 번 해봤는데 볼이라고 생각한 것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더라. 앞으로 더 많이 경험을 해봐야겠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패에 대한 부담도 사라졌고, 로봇 심판에 따른 호재가 기대되는 FA 계약 2년차 시즌. 여러모로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장시환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에서 전력 보강을 많이 했다. 그동안 어린 선수들도 성장했고, 지난해 꼴찌도 벗어났다. 새 시즌에는 구단도, 팬분들도 가을야구를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5강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