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1라운드로 입성한 ‘부산 사나이’ 원상현(20·KT 위즈)이 필리핀에서 ‘롤모델’ 소형준(23)과 함께 KBO리그 데뷔 시즌을 준비한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원상현은 15일 소형준, 신범준(22), 육청명(19)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출국한다. 선배 2명, 동기 1명과 함께 필리핀에 미니캠프를 차리고 2월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원상현과 육청명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KT의 1라운드 7순위, 2라운드 17순위 지명을 받았고, 소형준은 2020년, 신범준은 2021년 각각 KT 1차 지명됐다.
이는 KT 구단이 마련한 ‘케어프로그램’으로,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를 선별해 약 3주간의 미니캠프를 지원한다. KT 관계자는 “구단 내 젊고 향후 활약이 필요한 선수들을 따뜻한 필리핀 클락으로 보내게 됐다. 오프시즌 따뜻한 나라에서 몸을 만들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라고 지원 취지를 전했다.
원상현은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KT 위즈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KT 구단은 “원상현은 탁월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 구속 150km의 강속구와 안정적인 변화구를 갖춘 우완 투수다.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투구 등 경기운영 능력도 우수한 즉시 전력감 투수다”라며 원상현을 향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원상현은 고교야구 전국대회 영웅 출신이다. 2학년이었던 2022년 9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8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5구 역투 속 부산고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추신수(SSG), 정근우(은퇴) 등 1982년생이 활약했던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22년 만에 전국 제패를 이끈 순간이었다. 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원상현의 KT 지명 소감 또한 화제가 됐다. 부산 사나이 원상현의 KBO리그 롤모델이 연고지 구단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KT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2020년 신인상을 차지한 뒤 KT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한 소형준. 원상현은 “KT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고교 1학년까지 마무리를 하다가 소형준 선수를 보면서 선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형준 선수처럼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KT의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은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다는 가정 아래 일단 4선발까지는 리그 최강 전력이 점쳐진다. 재계약에 골인한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 원투펀치와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 2022년 김광현(SSG)을 제치고 승률왕을 차지한 엄상백이 로테이션을 담당할 예정.
문제는 남은 한 자리다. 소형준의 팔꿈치 수술 공백을 메운 배제성이 지난해 12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하며 전력에 빈자리가 생겼다. 배제성은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이강철 감독의 중용을 받지 못했지만 2023시즌 26경기 8승 10패 평균자책점 4.49를 비롯해 최근 5년 동안 40승을 거둔 검증된 토종 선발 이다. 2019년 10승을 거두며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빨라도 전반기 막바지는 돼야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그가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해도 올해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반기 뉴페이스를 더해 5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다가 소형준의 복귀와 함께 마운드 뎁스가 강화되는 그림이 KT가 꿈꾸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은 시즌 도중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내며 원상현을 5선발 유력 후보로 언급한 바 있다.
원상현은 데뷔 첫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을 노리는 퓨처스리그의 수많은 선배들과 함께 5선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구단이 지원하는 미니캠프에 참가해 소형준, 신범준 등 1차 지명 선배들로부터 프로에서 몸을 만드는 법을 배울 예정. 구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원상현이 첫해부터 1라운드 지명 이유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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