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24시즌 MVP, 홈런왕, 신인왕으로 중심타선을 꾸릴 수 있게 된 KT 위즈. 그러나 이들의 조합이 성공을 무조건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세 선수 모두 MVP, 홈런왕, 신인왕을 차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V2를 꿈꿀 수 있다.
KT는 지난 2021년 통합우승과 ‘맏형’ 유한준의 은퇴 이후 2년 연속 중심타선 구축에 애를 먹었다. 2022년 컨택에 능한 헨리 라모스와 홈런왕 박병호를 데려오며 강백호와 함께 막강 클린업트리오의 탄생을 알렸지만 라모스, 강백호가 부상에 신음하며 박병호 홀로 분전했고, 지난해에는 강백호의 정신적 스트레스, 앤서니 알포드의 기복에 박병호까지 부진한 한해를 보내며 중심타선 구성에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KT는 지난 2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스토브리그에서 정규시즌 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를 전격 복귀시켰다. 2023시즌 종료 후 기존 알포드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새 식구 영입 작업에 착수했고, 작년 12월 7일 총액 90만 달러(약 11억 원)에 로하스와 계약했다. 이로써 2024시즌 로하스, 박병호, 강백호라는 막강 조합으로 중심타선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로하스는 2017시즌 KT의 대체 외국인타자로 합류해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1리 633안타 132홈런 409타점 350득점으로 활약했다. 2020시즌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점), 장타율(.680) 등 4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이에 힘입어 한신 타이거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는 로하스가 커리어의 하락세를 겪는 계기가 됐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한신과 2년 계약했지만 일본 투수 적응에 철저히 실패하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첫해부터 코로나19로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되며 4월에서야 일본 입국이 이뤄졌고, 5월 뒤늦은 데뷔와 함께 21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불명예를 비롯해 60경기 타율 2할1푼7리 8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또한 89경기 타율 2할2푼4리 9홈런 27타점으로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로하스는 일본을 떠나 멕시코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34경기 타율 2할8푼3리 5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KT 연락을 받으며 한국 유턴을 결정했다.
로하스와 마찬가지로 박병호 역시 홈런왕은 과거의 영광이 돼버렸다. 박병호는 2022년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을 체결한 뒤 첫해 홈런 35방을 쏘아 올리며 통산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의 2005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고, 두산 이승엽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수상의 새 역사까지 썼다.
박병호는 지난해 계약 두 번째 해를 맞아 국민거포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홈런왕(35개)을 차지한 2022년에 비해 홈런 수(18개)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해서도 타율 1할5푼8리(38타수 6안타)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친정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걸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강백호가 천재타자의 면모를 뽐낸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해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20년과 2021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입단 5년 만에 연봉을 5억5000만 원까지 끌어올렸지만 2022시즌 발가락과 햄스트링을 다쳐 62경기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을 남기는 데 그쳤다. 무려 47.3% 삭감(2억9000만 원)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굴욕까지 맛봐야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그 누구보다 절치부심했던 강백호. 그러나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세리머니사’, 정규시즌 ‘아리랑 송구’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던 도중 내복사근이 손상되며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너무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한 나머지 근육이 그의 힘을 버티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KT 중심타선을 맡아야할 선수가 모두 재기와 명예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실 경력만 보면 10개 구단 최강의 조합이라도 봐도 무방하나 최근 퍼포먼스가 기대 이하였다.
로하스, 박병호, 강백호 모두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만 KT가 스토브리그에서 꿈꾼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박병호의 나이, 로하스의 일본 커리어, 강백호의 심리적 요인 등 불안 요소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세 선수가 이를 모두 극복한다면 비로소 KBO리그 최강의 중심타선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창단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KT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