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협상이라는 링 위에서 SSG가 제대로 한 방 날렸다. 뜻밖의 카운터 펀치를 맞은 FA 포수 김민식(35)이 코너에 몰렸다. FA 헐값 계약을 할 위기에 놓였다.
SSG는 지난 12일 키움과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FA 포수 이지영(38)을 영입했다. 현금 2억5000만원과 2025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주고 2년 총액 4억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한 이지영을 받았다. 이지영 영입에 총 6억5000만원을 쓰며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사용했다. 차세대 주전 포수 조형우의 성장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즉시 전력으로 이지영을 데려와 안방에 급한 불을 껐다.
키움은 지난해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뒤 신인 포수 김동헌이 선발 마스크를 쓰는 날이 많아졌다. 시즌 후 이정후와 안우진의 이탈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이지영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두 번째 FA라서 B등급으로 분류된 이지영은 38세의 많은 나이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내부 FA 포수 김민식과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SSG가 대안을 찾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리빌딩 버튼을 누른 키움에 신인 지명권을 카드를 내세우며 사인&트레이드를 물밑에서 논의했다. 이지영도 더 많은 출장 기회를 받을 수 있는 SSG행을 강력하게 원했고, 키움도 미래 자원을 확보하면서 5년간 함께한 베테랑 선수의 앞길을 열어줬다.
선수 생활 기로에 섰던 이지영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반대로 김민식은 코너에 몰렸다. 지난해 SSG의 주전 포수였던 김민식은 FA로 나온 뒤 원소속팀과 협상에 집중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해를 넘겨서도 상황이 바뀌지 않자 기류가 바뀌었다. SSG가 발 빠르게 플랜B를 가동했다. 협상 창구가 SSG밖에 없었던 김민식으로선 청천벽력이다.
SSG는 이제 급하지 않다. 향후 재결합 여지는 남겨놓았지만 김민식이 팀에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김재현 SSG 단장은 “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동안 구단에 공헌도 많이 한 선수”라고 김민식을 인정했지만 “그동안 금액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제는 이전과 상황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최소 3년, 10억원 이상 계약을 받을 수 있었던 김민식이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박한 제안을 각오해야 한다. 샐러리캡 시대라 구단 입장에선 선심성 계약을 안겨주기도 어렵다. SSG는 전신 SK 시절인 2015년에도 우선협상기간 제안을 뿌리치고 나갔으나 FA 한파를 맞고 돌아온 내야수 나주환과 이재영에게 기존 조건보다 절반 이상 깎인 조건으로 계약했다. 나주환은 1+1년 5억5000만원, 이재영은 1+1년 4억5000만원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어야 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김민식도 SSG에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9개 구단 모두 확고한 주전 포수가 있거나 주전급 포수가 여럿 있다. 보상선수가 필요 없는 C등급 FA라 타팀에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현재 시장 가치가 크게 깎인 게 문제다. 주전이 아닌 백업 포수로 가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모로 SSG가 앞서 제안한 것 이상의 조건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정 안 되면 시즌 개막 후 포수 문제가 생기는 팀의 오퍼가 올 때까지는 버티는 것도 방법이다. 2020년 시즌 후 두산에서 FA로 풀린 투수 이용찬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재활 중이라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미계약 신분이었지만 재활 막바지에 투수 보강을 원한 NC가 접촉했다. 2021년 5월20일 NC와 3+1년 최대 27억원에 FA 계약을 하면서 버티기에 성공했다.
물론 당시 이용찬은 32살로 지금 김민식보다 나이가 3살 더 젊었고, 어느 팀에서나 필요로 하는 투수 포지션으로서 가치가 높았다. 포수도 특수 포지션이지만 팀 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진다. 어느 팀에서 언제 자리가 날지는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을 안고 시즌 개막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도 김민식에겐 위험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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