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단계입니다.”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의 올 시즌 구상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았다. 당장 구상을 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쉽게 답하지 못한 지점도 있었다. 1루수 포지션이 그랬다. 외국인 선수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였다.
현재 NC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계약을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해 118경기 타율 2할8푼3리(435타수 123안타) 17홈런 90타점 OPS .815의 성적을 거둔 제이슨 마틴과는 결별 수순을 밟았다. 보류선수 명단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후의 방안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계약 가능성은 희박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준수한 성적. 개막 4경기 만에 옆구리 부상을 당해 한 달 가량 이탈한 것을 제외하면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시즌 내내 꾸준하지 못했다. 장타력을 기대했지만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타구단들의 분석이 완벽하게 끝난 9월 이후에는 타율 2할4푼4리(123타수 30안타) 3홈런 23타점 OPS .692의 성적에 그쳤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나빴고 타자는 더 최악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명과 암을 모두 확인했지만 그래도 한국 무대에서 검증된 타자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선택은 쉽지 않았다. 그만큼 마틴을 향한 구단 안팎의 신뢰도는 떨어진 상황이었다.
NC는 마틴과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1루수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섰다. 1루수는 지난해 NC가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야수 포지션이었다. 강인권 감독 역시 리뷰 과정에서 1루수 포지션의 공격적인 부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좌타자 오영수(61경기)와 우타자 윤형준(57경기)이 플래툰으로 1루를 책임졌다. 그 외에 도태훈(23경기) 박석민(2경기) 최보성(1경기) 등이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타가 필요한 포지션이었는데 장타력은 기준 미달이었다.
유망주 오영수는 70경기 타율 2할3푼6리(208타수 49안타) 4홈런 24타점 OPS .651의 성적에 머무르며 스텝업을 이루진 못했다. 윤형준도 82경기 타율 2할5푼2리(218타수) 5홈런 27타점 OPS .676의 기록을 남겼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스탯티즈’ 기준 1루수 포지션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은 -0.07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NC가 외국인 선수 포지션을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1루수가 최우선인 이유였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결국 1루수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타자로 범위를 넓혔다. 그러면서 강인권 감독이 쉽게 답할 수 없는 포지션이 됐다.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에 따라서 1루수가 달라지는 상황이 된 것. 1루수 외국인 선수가 오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 외야 쪽의 선수를 영입하면 국내 선수들의 포지션이 대폭 바뀔 수밖에 없다.
권희동의 1루수 전향을 고려하는 것도 앞서 언급했던 1루수 선수들의 부진와 더딘 성장 때문이다. 강 감독은 “타자 중에 1루에 들어갈 만한 타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권희동 밖에 없는 것 같다. 권희동은 아마추어 때도 내야수를 해본 적이 있다”라면서 “오영수가 빨리 성장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좀 더딘 것 같다. 영수가 성장할 시간 동안만 1루를 맡아줄 선수가 필요한 것 같아서 권희동을 1루수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젊은 외야 자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도 권희동의 1루수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권희동이 1루수로 가게 되면 젊은 외야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까지 고려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인권 감독은 과연 언제쯤 2024시즌의 1루수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