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대졸 좌완투수 성재헌(27)이 KT 위즈 입단테스트에 초고속으로 합격하며 현역을 연장했다. 성재헌의 새 시즌 목표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KT 위즈 관계자는 “입단테스트를 통해 좌완투수 성재헌을 새롭게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1997년생인 성재헌은 성남고-연세대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8라운드 73순위로 뽑혔다. 느린 구속을 정교한 제구력으로 보완한 그는 아마추어 시절 ‘성남고 유희관’으로 불렸고, 프로 입단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준비를 하며 당시 류중일 L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성재헌은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에 올라 불펜으로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15(4⅓이닝 2자책)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재헌은 2020년 9월 4일 NC전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 9월 10일 입대가 결정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소집해제 이후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며 콜업 기회를 잡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2022년 2경기 평균자책점 6.75, 2023년 1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6.13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성재헌은 결국 지난해 11월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무소속이 됐다.
성재헌은 어떻게 KT에서 현역을 연장할 수 있었을까. 성재헌은 지난 10일 OSEN에 “방출 직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테스트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성남고 박혁 감독님을 비롯해 연락할 수 있는 곳은 다 연락을 해봤다”라며 “장재중 KT 코치님이 성남고에서 학생들을 봐주고 계신데 박혁 감독님이 말씀을 잘해주셔서 운 좋게 테스트를 볼 수 있었다”라고 KT 입단테스트 성사 배경을 전했다.
성재헌은 그렇게 지난해 11월 말 KT 제춘모 투수코치와 장재중 배터리코치가 보는 앞에서 입단테스트를 봤다. 조현우의 이른 은퇴로 좌완투수 보강이 절실해진 KT는 성재헌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했고, 제춘모, 장재중 코치 모두 그의 기량에 합격점을 부여했다.
성재헌은 “LG에서 뭔가 해보지 못하고 방출됐으니 잘하기보다 내 기량을 다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테스트에 임했다. 후회 없이 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셨다”라고 두 달 전을 회상했다. 성재헌은 테스트를 본 그날 저녁 KT의 합격 통보를 받으며 초고속으로 현역 연장을 확정 지었다.
성재헌은 “현역을 연장했다는 거 자체가 의미 있다”라며 “처음에는 전화를 받고 실감이 안 났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됐는데 KT 구단에 야구용품을 받으러 갔을 때 KT 모자를 보고 ‘1년 더 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성재헌은 LG 시절 실패 요인으로 ‘자기관리 부족’을 꼽았다. 그는 “신인 때 운 좋게 1군에 올라갔는데 그 때 기회를 잡았다면 더 좋은 커리어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이후에는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평가했을 때 모든 게 애매한 느낌이었다. 왠지 방출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통보를 받으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KT에서는 LG 시절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성재헌은 “LG에서는 구속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있었다. 프로는 아무래도 다들 구속이 어느 정도는 나오기 때문에 제구력만으로 한계를 느꼈다”라며 “그러나 KT에서는 안 되는 걸 개선하기보다 후회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걸 확실하게 해서 다시 야구를 잘하고 싶다. 생각을 바꾸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새 둥지 KT는 성재헌의 모교인 성남고 선수들이 즐비한 구단으로 유명하다. 최고참 박경수를 필두로 박병호, 배정대, 배제성(입대), 손동현 등 성남고 선후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배정대, 배제성과는 고교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다.
성재헌은 “(배)정대 형이 고교 3학년 때 내가 1학년이었다. (배)제성이 형과도 같이 학교를 다녀서 친하다”라며 “(장)준원이 형은 LG에서 함께 있었다. 또 이번에 함께 KT 입단테스트에 합격한 (조)용근이 형과 LG 입단 동기다. 아마 익산에서 용근이 형과 함께 살게 될 것 같다”라고 KT에 친분이 있는 선수를 나열했다.
힘겹게 현역을 연장한 성재헌의 2024시즌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1군 복귀다. 그는 “다른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좋은 쪽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게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처음에 아마 익산으로 합류할 것 같은데 빨리 수원에서 팬들과 뵐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빨리 1군에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콜업이 되면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KT 팬들을 향해 인사했다.
한편 KT는 성재헌과 함께 우완투수 조용근(28)을 입단테스트를 통해 영입했다. 조용근은 공주고-중앙대를 나와 2020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한 우완투수로, 2021년 10월 LG에서 방출된 뒤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1군 등판 기록은 없으며, 퓨처스리그 통산 성적은 41경기 3승 1패 6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75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