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타니 쇼헤이(30)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점점 커진다. 워낙 잘 나가니 소소한 구설에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좀 다르다. 뭔가 묵직하고, 큼직하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정부 고위 당국자다. 또 이를 보도한 곳이 유력한 매체다. 다저스 소식에 정통한 LA타임스다.
쓰레기 잘 줍는, 외출조차 거의 없는, 인사 잘하는…. 바른생활 이미지의 오타니에게는 어쩌면 생애 처음 겪는 정면 비판일 것 같다. 혹은 반감이 될지도 모른다.
역시 말 많은 연봉 지급 유예 때문이다. 흔히 디퍼(deferrals)라고 부르는 조항이다. 다저스와 계약하며 연봉 대부분을 10년 후에 받기로 했다. 총액 7억 달러 중 6억 8000만 달러가 여기에 해당된다. 97.1%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계약이 조세제도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LA타임스가 말리아 코헨이라는 인물을 인터뷰해 10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오타니의 예를 들며) 현재 캘리포니아 세법은 초고소득자에 대한 무제한적인 과세 유예를 허용한다. 이는 세금을 징수해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연방 정부에 내는 소득세는 37% 정도다(오타니 정도의 수입이면). 여기에 주세(州稅)는 별도다. 캘리포니아는 최고 구간에 13.3%를 부과한다. 6억 8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약 9800만 달러(약 1300억 원) 정도다. 그러니까 10년 후에 오타니가 캘리포니아를 떠나면 그만큼의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단 오타니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다. 현행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게다가 ‘10년 후 떠난다면’을 전제로 한 지적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한 비판이다.
꼼수라는 비아냥도 마찬가지다. 절세를 위한 지급 유예라는 수군거림에도 할 말이 있다. 후불제를 원한 것은 단지 ‘야구적인’ 이유임을 밝혔다. 다저스의 현금 유동성을 위한 것이다. 그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오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신이 있는 동안 경쟁력 있는 팀이 된다는 것이다.
순수한 의도가 짐작되는 지점이 있다. 후불제임에도 통상적인 이자율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수억 달러에 이르는 평가 손실은 본인 몫으로 돌아간다. 팬들이 고개를 끄덕인 것도 이런 부분 탓이다.
함께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사치세 절감이라는 워딩이다. 아마 대부분 팬들은 이해하겠지만, 여기서는 실제 세금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MLB) 리그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얘기다. 지나친 돈 싸움을 막기 위해 총연봉에 제한을 거는 샐러리 캡의 일종이다.
그런데도 오해하기 십상이다. ‘오타니의 디퍼가 다저스의 사치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 말이다. 얼핏 들으면 ‘세금 회피’라는 어휘에만 신경이 곤두선다. 물론 아니다.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사실 캘리포니아가 세수 부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부유한 주에 속한다. 오히려 너무 많이 걷히는 세금으로 골치를 앓는다. 세법상 남기면 안 되고, 초과됐다면 적절하게 돌려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가구당 300~1000달러(약 40만~130만 원)씩 지급되기도 했다. 개스비(휘발윳값) 환급금이라는 명목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높은 집값과 물가, 세금 탓에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IT 거대 기업과 부유층의 이탈이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이슈 제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타임스가 인터뷰한 말리아 코헨(47)이라는 인물도 살펴봐야 한다. 그녀의 직함은 California Controller다. 우리 식으로 하면 주(州) 정부의 감사원장쯤 된다. 주지사 아래 11명의 (장관급) 고위직 중 하나다.
임명직이 아니다. 투표로 뽑히는 4년 임기의 선출직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여러 공직을 거친 인물이다. 주 조세형평국장, 샌프란시스코 감독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출신 지역구는 샌프란시스코다. 때문에 이번 일을 두고 “자이언츠 팬이 다저스를 시기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코헨은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불 유예로 인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의회가 나서야 한다.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민주당이 확고한 다수당이다. 부유층의 세금 문제에 엄격한 게 전통적인 당론이다. 즉, 정부안으로 법안을 제출하면, 의회를 거쳐 확정될 수도 있다.
물론 오타니 개인을 저격하는 움직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적인 소재를 이용해 정치 이슈를 소비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자칫 법안이라도 제출되면 ‘오타니 법’으로 불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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