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번호라서 달고 싶었다.”
2024년 KBO리그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19·한화)의 등번호가 결정됐다. 좌완 투수에게 잘 어울리는 번호, 바로 29번이다. KBO리그에서 29번을 쓰는 대표적인 선수는 현역 최고 좌완 투수 김광현(36·SSG). 황준서에게 거는 한화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장충고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될 만큼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황준서는 3학년이 된 지난해 4월 최고 구속을 150km까지 끌어올리며 폭풍 성장세를 이어갔다. 187cm 큰 키에 마르고 길쭉한 체형, 경쾌한 키킹과 높은 타점에서 공을 채는 동작까지 여러 가지로 김광현과 비슷하다.
고교 2학년 때 황준서는 자신의 롤 모델로 김광현을 꼽으며 “투구폼이 정말 역동적이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투수”라고 경외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3학년 때 등번호 15번을 쓴 황준서이지만 프로에서 운명처럼 29번을 받았다. 그는 “29번은 김광현 선배님도 있고, 좋은 번호라 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구단에서 원하는 번호를 조사를 할 때 1순위로 29번을 적었는데 운 좋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9번을 사용한 우완 투수 박준영이 군입대를 하면서 번호가 비었고, 황준서가 새로운 주인이 됐다.
전체 1순위답게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일찌감치 한화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투수 전문가’ 최원호 한화 감독은 “제구력이 안정적이고, 변화구도 괜찮아 보인다. 충분히 기존 선발들과 경쟁할 만하다”고 칭찬했다. 2월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과감하게 경쟁을 붙인다. 팀에 부족한 좌완 선발이라는 점에서 황준서에게 메리트가 있다.
박승민 한화 투수코치도 “전체 1순위답게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딱히 (문제점을) 말해줄 게 없다. 본인이 어떤 문제에 맞닥뜨리지 않는 이상 지금 이대로 계속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투구 완성도가 높은 투수”라고 높게 평가하며 “어떤 메커니즘보다 144경기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피지컬을 보완하고, 매주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만 갖추면 충분히 선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부드러운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을 과시한 황준서는 프로 레벨에서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완성도를 갖췄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고칠 게 없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 두 가지 부문 모두 최고 수준이었던 좌완 정우람 플레잉코치도 최근 서산 신인 캠프에서 만난 황준서를 보고선 “던지는 건 전체적으로 다 괜찮아 보인다. 살만 찌우면 되겠다. 살 찌워라”는 말을 해줬다고.
프로필상 체중 80kg로 기제된 황준서이지만 키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보인다. 서산에서 제공되는 아침, 점심, 저녁뿐만 아니라 야식까지 먹으며 체중 불리기에 들어간 황준서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키가 더 자란 것 같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는 “키를 안 재봐서 모르겠는데 조금 큰 것 같다. 2~3cm만 더 컸으면 좋겠다. 그러면 투구할 때도 높은 타점으로 유리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서산 캠프에서 피칭에도 들어간 황준서는 “세게 던지지 않고 60% 정도로 던지고 있다. 작년 후반에 안 좋았던 슬라이더도 계속 연습하고 있다”며 이달 말 시작되는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 대해선 “아직 명단을 못 받았다. 만약 가게 되면 구속이나 체력적인 부분을 잘 만들어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왕 도전에 대해 “네, 도전해야죠”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은 황준서는 “누가 라이벌이 될지는 모른다. 어떤 선수들이 (경쟁자로) 나올지 모른다. 누구든 경쟁이 붙으면 열심히 해서 내가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당찬 의지를 보이면서도 “1군 엔트리에 최대한 많이 들어야 신인왕까지 갈 수 있다. 일단 먼저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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