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외야수 중 최고 계약은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해냈다. 지난달 12일(이하 한국시간)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고, 3일 뒤 구단의 공식 발표가 이뤄지며 특급 대우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올 겨울 FA 외야수 중 이정후를 넘는 계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3년 4200만 달러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잔류한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이정후 다음으로 큰 계약. 거포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 1년 235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지만 다년 계약이 아니다.
FA 외야수가 풍족하지 않은 시장 영향이 크지만 타자 최대어로 주목받은 코디 벨린저(30)가 아직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한 게 크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내세워 2억 달러 이상 대형 장기 계약을 노리고 있지만 시장 평가는 냉랭하다.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는 지난 8일 ‘지난해 재기에 성공한 MVP 출신 벨린저는 시카고 컵스 외에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없는 것 같다’며 전했다.
당초 벨린저의 행선지로는 외야와 타선 보강이 필요한 샌프란시스코,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예상됐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영입했고, 양키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후안 소토, 트렌트 그리샴, 알렉스 버두고를 데려와 외야를 가득 채웠다. 토론토 역시 주전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와 1년 10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생각보다 벨린저 영입전이 뜨겁지 않은 것은 그가 가진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2017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하자마자 39홈런을 터뜨리며 내셔널리그(NL) 신인상을 수상한 벨린저는 2019년 타율 3할5리(558타수 170안타)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MVP까지 받았다. 24세 시즌에 리그를 지배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었지만 2020년부터 성적이 하락했다.
2020년 NL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 세리머니를 하다 어깨가 탈구되면서 수술을 받은 게 불행의 시작. 2021년에는 정강이, 햄스트링, 갈비뼈를 계속해서 다쳤다. 그 사이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2022년에는 큰 부상이 없었지만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후 논텐더 방출되면서 다저스를 떠났고, 컵스와 1년 1750만 달러에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다년 계약을 제시한 팀들도 있었지만 벨린저는 FA로 승부를 보기 위해 1년 계약을 택했다. 절치부심 끝에 보란듯 반등했다. 지난해 130경기 타율 3할7리(499타수 153안타) 26홈런 97타점 OPS .881로 살아났다. 데뷔 후 가장 높은 타율과 최저 삼진 비율(15.7%)로 정확성과 선구안이 개선됐다. 호기롭게 FA 시장에 나와 대박을 노렸지만 ‘1년 반짝’ 활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거액의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원소속팀 컵스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USA투데이 스포츠는 ‘컵스는 겨울 내내 FA 및 트레이드 영입이 없지만 앞으로 5주 동안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이 될 것이다. 다른 팀에서 관심을 표명하지 않은 벨린저와 재계약할 뿐만 아니라 3루수 맷 채프먼, 1루수 리스 호스킨스에 선발투수도 영입할 수 있다. 이제 오프시즌이 시작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