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서 등번호 33번이 영구결번되며 KBO리그 40인 레전드에도 선정된 박용택(45)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선수단 소양 교육에 강연자로 참석, 132명의 새내기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로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역 선수 시절부터 특급 팬서비스로 유명한 박 위원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팬이다. 이틀 전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을 갔다 왔는데 놀랍기도 하고, 상당히 많이 반성했다”며 지난 7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WKBL 올스타전 현장을 찾아 직접 관람한 소회를 밝혔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소개돼 나오는데 동그란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연습을 많이 한 듯한 춤을 추더라. 쑥스러워하며 힘들게 한 선수도 있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했다. 여자프로농구를 살리기 위해,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팬서비스였다”고 떠올린 박 위원은 “심지어 감독들까지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초대 가수) 다이나믹듀오가 노래를 부를 때는 다 같이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보면 볼수록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년 만에 800만 관중(810만326명)을 돌파한 KBO리그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을 재확인했다. 여러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견고한 KBO리그 팬층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야구장 응원 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 팬들도 꽤 많이 늘어났지만 신규 팬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인기는 오래 갈 수 없다.
박 위원은 “허구연 KBO 총재님께서 한국야구가 지금 좋은 거 아니라고, 위기라고 하신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실제로 위기다. 새로운 야구팬 유입이 잘되지 않고 있다. 원래 야구를 좋아하던, 나이대가 있는 팬분들이 많다. 새로운 팬들이 계속 유입돼야 하는데 상당히 더딘 상태”라며 “어르신들이 보는 프로그램이지, 최근에 아주 핫한 젊은이들이 보는 프로가 아닌 것이다. 그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여러분들이다”는 말로 신인 선수들이 더 큰 프로 의식을 갖고 보다 적극적인 팬서비스에 나서길 주문했다.
KBO리그 온라인 중계 유료화 시대를 앞두면서 선수들의 역할과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KBO는 지난 9일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CJ ENM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CJ ENM은 연평균 4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2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맺은 5년 총액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협상이 최종 완료되고, 중계권 재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PC나 모바일에선 CJ ENM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티빙(TVING)’으로만 KBO리그를 봐야 한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만큼 팬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동안 야구팬들은 온라인에서 주요 포털 사이트, 통신사 서비스로 KBO리그 생중계를 무료로 즐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합당한 돈을 내고 컨텐츠를 즐기는 게 요즘 시대의 소비 트렌드이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팬들의 저항감,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KBO가 ‘보편적 시청권’을 앞세워 최종 협상에서 무료 중계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무료와 유료 가입자간 화질이나 컨텐츠 등 서비스 제공 방식에 있어 차등을 둘 가능성이 높다. 어떤 식으로든 팬들의 시청권에는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CJ ENM은 생중계를 제외한 모든 영상을 다른 플랫폼에도 쓸 수 있게 허용하는 등 확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쇼츠’ 영상이나 2차 창작물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큰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스포츠의 생명이 ‘라이브’라는 점에서 유료 중계의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TV가 없는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기존 고령층 팬들의 불편함이 커졌다. 뉴미디어를 시작으로 추후 TV 중계권도 유료화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