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2017년 KBO 신인상에 이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인상에 도전한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한국 최고의 타자다. 2022년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으로 맹활약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석권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난해에는 발목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으면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92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 중에서 사상 최대 계약이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이정후와의 계약 직후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 및 리드오프로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이정후에 대한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정후의 계약이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어서 역대 샌프란시스코가 맺은 계약 중 역대 5위라는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포지 이후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곧 신인왕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위치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에 12명의 유망주를 빅리그에 콜업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망주가 2024년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할 것이다. 만약 젊은 선수들이 기대만큼 성장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중견수 이정후, 좌완투수 카일 해리슨, 유격수 마르코 루치아노를 포함해 많은 신인왕 후보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정후의 신인상 도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정후가 내셔널리그 신인상에 도전하는데는 큰 장애물이 있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가 그 주인공이다.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172경기(897이닝) 70승 29패 평균자책점 1.82 922탈삼진을 기록한 특급 에이스다. 지난해 23경기(164이닝)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3 169탈삼진을 기록하며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을 달성하는 동시에 3년 연속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MVP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은 카네다 마사이치(1956~1958년) 이후 역대 두 번째, 3년 연속 MVP 수상은 스즈키 이치로(1994~1996년)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일본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친 야마모토는 곧바로 공식적으로 포스팅 의사를 밝히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단숨에 FA 투수 최대어로 떠오른 야마모토는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290억원) 계약을 맺으며 게릿 콜(9년 3억2400만 달러)을 넘어 역대 투수 최대 계약 신기록을 세웠다.
MLB.com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 및 스카우트 등을 대상으로 올해 신인상을 수상할 선수 투표를 진행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야마모토가 51%로 과반을 차지하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MLB.com은 “이 설문조사는 야마모토가 다저스로 가기 전에 실시됐다. 야마모토의 다저스 계약 소식이 발표되기 전엔 투표를 진행한 사람에게는 다시 한 번 재투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약 이후 투표 내용을 변경했다. 야마모토는 유망주 자격은 없지만 2000년 사사키 카즈히로와 2001년 스즈키 이치로처럼 신인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일본에서의 활약과 포스트시즌 진출권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바로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마모토에게 2024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할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에서 제공하는 성적예측프로그램 스티머(Steamer)에 따르면 이정후는 134경기 타율 2할9푼1리(558타수 162안타) 12홈런 58타점 84득점 OPS .785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3.5로 상당히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성적예측프로그램에서 야마모토는 29경기(184이닝) 12승 9패 평균자책점 3.98 200탈삼진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WAR 3.4로 이정후보다 낮았다. 그렇지만 일본인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사례가 많고 야수의 경우에는 다른 리그에서 적응하는 것이 투수보다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이정후가 야마모토보다 더 높은 WAR을 기록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2017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2017년 곧바로 1군에 데뷔해 144경기 타율 3할2푼4리(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 OPS .81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만약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한다면 한국인선수 최초 메이저리그 신인왕이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무대에 도전하는 이정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