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9일이 흘렀지만 A등급 불펜 듀오의 원소속팀 잔류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왜 선수 측과 구단의 이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일까.
1월 9일 오후 현재 KBO리그 FA 미계약자는 홍건희, 주권, 김민성, 이지영, 김민식, 오승환, 강한울 등 총 7명. 그 가운데 A등급이 매겨진 선수는 홍건희와 주권 둘 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어느 팀에 가든 불펜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자원이다. 홍건희는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뒷문에서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썼고, 주권은 KT 구단의 창단 첫 완봉승과 홀드왕을 해낸 경력이 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타 팀 이적 시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및 연봉 200% 또는 연봉 300%가 수반되는 A등급이라 운신의 폭은 좁다. 결국 홍건희, 주권 모두 지난해부터 원소속팀 잔류라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데 좀처럼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있다고 하나 소속팀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홍건희 측은 잔류 협상 기조를 세운 두산과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만났다. 첫 만남부터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큰 소득 없이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홍건희가 에이전트를 교체한 가운데 다시 만남이 이뤄졌지만 역시 큰 진척은 없었다.
두산 구단의 입장은 명확하다. 홍건희 잔류 기조를 유지하되, 샐러리캡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샐러리캡을 타이트하게 맞춰놓은 상태다. 우리가 생각하는 홍건희 계약의 적정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FA 계약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건희의 레벨에 맞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역시 기준선을 언급했다.
주권의 상황도 홍건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원소속팀 KT와 잔류 협상을 진행 중인데 역시 이견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KT 나도현 단장은 “구단과 선수 측이 기준점에서 조금 차이를 보였다. 당시 선수가 시장 상황을 알아본다고 했고, 우리도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해서 추후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라고 설명했고, 새해가 돼서도 잔류 전망을 밝히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주권도 KT를 원하고, KT도 주권을 원하는 상황인데 서로의 기준이 달라 계약서에 도장이 찍히지 않고 있는 상황.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9일 KT 관계자에 따르면 KT 구단과 주권 측은 최근 다시 한 번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며 이견 좁히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등급 듀오의 협상이 장기전으로 돌입한 사이 다른 불펜투수들은 하나둘씩 2024시즌 둥지를 찾았다. 가장 먼저 KT 클로저 김재윤이 작년 11월 22일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에 FA 계약했고, 12월 24일 함덕주가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38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해가 지나 삼성 잠수함 투수 김대우가 2년 4억 원에 원소속팀 잔류를 택했다. 각기 다른 매력의 3명이 FA 계약을 체결하며 선수를 향한 시장의 시선과 가치가 더욱 명확해졌다.
이제 미계약 FA 불펜투수는 주권, 홍건희, 오승환 등 3명뿐이다. 세 선수 모두 원소속팀 잔류가 유력한 가운데 누가 먼저 이견차를 좁히고 계약 소식을 들려올지 주목된다. 이들이 계약을 주저하는 사이 스프링캠프는 어느덧 3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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