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1881년의 일이다. 콜로라도 로키산 자락의 작은 광산 하나가 팔렸다. 은과 납이 채굴되는 곳이다. 당시 매각 대금은 5000달러였다. 지금 가치로 하면 15만 달러 정도다.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조금 안 된다. 새로운 주인은 이민자였다. 마이어 구겐하임이라는 스위스계 유대인이다.
그는 독일계 유대인과 결혼해 11명의 자녀(아들 8명)를 뒀다. 대가족만큼이나 사업도 번창했다. 광산과 제련 부문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동시에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가문의 자산을 관리해 줄 회사가 필요하게 됐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라는 법인의 시초다.
약 100년이 지났다. 2012년이다. 골칫거리 다저스가 새 오너를 찾고 있다. 군침을 흘리는 곳이 여럿이다. 돈깨나 있다는 LA의 재력가들이 경쟁을 벌였다. 최종 승자는 NBA의 전설이었다. 레이커스 출신 매직 존슨이 이끈 투자자 그룹이다.
사실 매직 존슨은 얼굴마담 역할이다. 지분은 5%도 넘지 않는다. 지역 여론을 감안한 캐스팅인 셈이다. 실제 대주주는 따로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투자 회사다. 바로 구겐하임 파트너스다. 이들은 매입 대금 21억 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결제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개인(가문)의 자산 관리 회사로 출발했다.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굴지의 은행, 보험회사를 고객으로 유치했다. 이들의 자산을 성공적으로 운용하며 월가의 막강한 실력자로 부상했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도 늘어났다. 다저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LA와 할리우드에서 엔터테인먼트 쪽에 투자를 늘려간다. 연예 제작사 딕 클락 프로모션을 손에 넣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명 예능 프로그램 ‘You Can Dance’를 제작하는 곳이다. 알려진 인수 금액은 3억 7000만 달러(약 4900억 원)였다. (뉴욕의 구겐하임 박물관은 사회사업의 개념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일본 도쿄에도 대표 사무소를 개설했다(2014년). 아시아 지역 시장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한때 한국의 일부 공기금이 다저스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아마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다시 2012년 얘기를 해보자. 다저스 인수전이 벌어졌을 때다. 익숙한 이름의 경쟁자가 있었다. 스티브 코헨이다.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금액 차이가 워낙 컸다. 구겐하임 파트너스가 그보다 8억 달러(약 1조 원)나 더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가는 21억 5000만 달러였다. 지금은 48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로 평가된다(포브스 기준). 11년 만에 2배가 넘게 불어났다. 밀려난 스티브 코헨은 8년 후 뉴욕 메츠를 인수한다. 24억 7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메츠의 현재 가치는 29억 달러로 평가된다.
혹자는 요즘 그걸 궁금해한다. 심지어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다저스가 왜 저러지? 돈을 물 쓰듯 쓰는데? 저렇게 많은 디퍼(연봉 후불제)를 감당할 수 있으려나? 10년, 20년 뒤에도 지급 능력이 괜찮을까? 혹시 오타니의 잔여 연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지만 염려 붙들어 매시라. 모기업의 업력과 사이즈를 보면 쓸데없는 우려다. 100년이 훨씬 넘은 기업이다. 게다가 구겐하임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대략 395조 원이다. 대한민국의 올해 예산(656조 원)의 절반도 넘는 액수다.
(참고로 스티브 코헨이 설립한 투자회사 Point72 Asset Management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314억 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1/10에도 못 미친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