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이례적으로 상위 지명권 3장을 모두 야수에게 썼다. 전반적으로 야수진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했다. 1차 지명으로 북일고 내야수 변우혁을 뽑은 뒤 2차 1~2라운드에서 경남고 내야수 노시환, 광주일고 외야수 유로결을 지명했다. 2000년생 3인방을 두고 한화 팬들은 ‘변노유 트리오’라고 부르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당시 한화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이정훈 두산 퓨처스 감독은 “당분간 야수 리빌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변우혁은 우리 지역 최고 선수였고, 노시환은 10개 구단 스카우트 모두 인정하는 선수다. 유로결은 개인적으로 두 선수보다 더 높게 볼 정도로 장점이 많다”고 변노유 트리오의 성공을 자신했다.
가장 먼저 터진 것은 노시환이다. 데뷔 첫 해에는 성장통을 겪었지만 1군에서 경험을 쌓았고, 2020년부터 두 자릿수 홈런으로 단계적인 성장 과정을 밟았다. 5년차가 된 지난해에는 131경기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OPS .929로 활약하며 잠재력이 폭발했다. 홈런, 타점 1위에 오르며 한화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떠올랐다. 국가대표 4번타자로도 해결 능력을 과시했다.
2022년 11월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변우혁도 새로운 팀에서 거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화에선 허리 부상으로 제한된 기회를 받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KIA로 옮긴 지난해 83경기 타율 2할2푼5리(200타수 45안타) 7홈런 24타점 OPS .664를 기록했다. 후반기에 페이스가 꺾이긴 했지만 원태인(삼성)에게 만루포, 김광현(SSG)에게 결승포로 임팩트 있는 홈런을 치며 자신의 장기를 보여줬다.
올해는 유로결이 뭔가 보여줄 차례가 됐다. 공수주에서 두루 좋은 툴을 갖춘 유망주 유로결은 2021년 8월11일 서산에서 열린 KIA와의 퓨처스리그 경기 중 수비를 하다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재활을 했다. 그 사이 이름도 유장혁에서 유로결로 바꾸며 절치부심했다.
부상으로 한 번 제동이 걸렸지만 퓨처스리그에선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성장세를 보였다. 5시즌 통산 186경기 타율 3할4리(647타수 197안타) 13홈런 97타점 OPS .807로 활약했다. 지난해 55경기 타율 3할3푼(188타수 62안타) 6홈런 26타점 OPS .883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1군에선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5시즌 통산 159경기 타율 1할4푼9리(303타수 45안타) 2홈런 20타점 OPS .408. 지난해에도 1군에선 27경기 타율 1할4푼6리(48타수 7안타) 5타점 OPS .340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를 거쳐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표팀에 발탁되며 대만에도 다녀온 유로결은 “일정이 힘들긴 했지만 재미 있었다. 교육리그에서 일본 투수들의 좋은 공을 많이 보고 상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됐다. 마무리캠프 때 정경배 수석코치님과 하체의 턴을 이용해 강한 타구를 만드는 연습을 했다. 대표팀에서도 김범석(LG), 나승엽(롯데) 같은 잘 치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며 배울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퓨처스리그에선 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친 장타력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유로결은 “타이밍이 늦게 않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치다 보니 힘 전달이 잘됐다”며 “1군에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웠다. 내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 1군에 오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나씩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베테랑 김강민이 합류한 것도 외야 3개 포지션을 넘나드는 유로결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는 “김강민 선배님은 수비가 워낙 좋으시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우리 팀에 오셨으니 직접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치지 않고 올해는 1군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군에서 성장세를 1군에서도 보여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