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FA 상태로 새해를 맞이한 것은 처음이다. 새 시즌 어디서 뛸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매년 겨울마다 그랬던 것처럼 ‘친정팀’ 한화 이글스 후배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변함없다.
류현진은 지난 8일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갔다. 한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국내를 떠나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의 온화한 기후 아래 시즌 준비에 속도를 낸다. 이번에도 한화 후배들이 류현진과 함께한다. 한화 시절 류현진과 같이 뛰었던 장민재에 남지민, 김기중이 뭉쳤다. 여기에 또 다른 한화 투수 이태양이 이민우와 짝을 이뤄 오키나와에서 류현진을 만난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장민재와 함께 처음으로 비시즌 오키나와 캠프를 시작한 류현진은 결혼, 코로나19 팬데믹, 부상 재활 기간을 빼곤 줄곧 1월초에 오키나와로 넘어가 한화 후배들과 겨울을 보냈다.
2017년 장민재, 김민우, 2019년 장민재, 이태양, 2020년 장민재, 김진영이 류현진과 오키나와 미니 캠프를 함께했다. 코로나19로 일본의 외국인 입국이 제한된 2021~2022년에는 제주도로 장소를 옮겼다. 한화 투수로는 장민재, 김진영, 김기탁이 훈련 멤버였다. 당시 SSG 소속이었던 이태양도 류현진 캠프를 같이 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매년 겨울마다 류현진의 훈련 파트너로 함께하는 장민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매년 훈련 비용을 지원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진이형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소속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새해를 맞이한 것은 류현진의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다. 2012년 시즌 후 포스팅을 거쳐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일찌감치 다저스의 1년 1790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다.
2019년 시즌 후에는 FA로 나온 류현진은 해가 넘어가기 전 계약을 완료했다. 그해 12월28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공식 계약하며 특급 대우를 받았다. 토론토의 에이스로 2020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시 FA 자격을 얻었지만 4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A급 선발투수였지만 이제는 30대 중반으로 시장 가치는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10시즌 경력의 베테랑 선발로 검증된 자원이다. 리그 전체가 구속 혁명에 따른 부상자 증가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어 선발의 시장 가치가 더 높아졌다.
단기 계약으로 연평균 1000만 달러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0대 FA 선발 중 1~2년 계약한 선수는 마이클 와카(캔자스시티 로열스·2년 3200만 달러), 션 마네아(뉴욕 메츠·2년 2800만 달러),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타이거스·2년 2400만 달러), 프랭키 몬타스(신시내티 레즈·1600만 달러),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메츠·1300만 달러), 카일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300만 달러), 랜스 린(세인트루이스·1년 1100만 달러), 웨이드 마일리(밀워키 브루어스·850만 달러), 마틴 페레즈(피츠버그 파이어리츠·800만 달러)가 있다. 류현진도 이들과 비슷한 대우가 예상된다.
류현진을 주시 중이던 메츠가 다른 좌완 마네아를 데려가면서 행선지가 하나 줄었지만 2월 중순 시작되는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5주 더 시간이 남아있다.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이마나가 쇼타 등 시장에 남은 특급 FA 선발들도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오퍼가 올 수 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류현진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는 친정팀 한화는 “오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좋다”며 데드라인을 따로 정하지 않고 류현진이 충분히 숙고 후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 어떤 오퍼가 들어오고, 결정을 하든 크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