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은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두산을 떠나서 NC와 4년 46억 원 계약을 맺었다. 두산이 지난해 FA 시장에서 양의지에게 ‘올인’을 하는 전략을 쓰면서 박세혁은 사실상 떠밀리듯 이적을 해야했다. 양의지의 공백을 채워야 했던 NC의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강인권 감독은 2021년 안와골절 부상 이후 후유증의 여파인지 부침을 겪었던 박세혁의 부활을 자신했다.
이적 후 초반의 기운은 괜찮았다. 그런데 또 불의의 부상으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4월 14일 인천 SSG전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백스윙하는 배트에 머리를 강하게 맞았다. 박세혁은 그대로 쓰러졌다. 당시 12경기 타율 2할6푼3리(38타수 10안타) 2홈런 6타점 OPS .754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타격에서 좋았던 페이스가 다시 뚝 떨어졌다.
주전 포수의 자리는 굳건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페이스가 좀처럼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8월 중순, 왼쪽 손목 건염 진단을 받았다. 부상 회복도 더뎌지면서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 한 달 반 가량을 이탈했다.
이 사이 주전 포수 자리는 김형준에게 넘어갔다. 십자인대 부상과 발목 부상 등 시즌 출발이 늦었지만 결국 정규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NC의 주전 포수는 박세혁이 아닌 김형준이었다. 김형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급성장했다. 성장한 만큼 박세혁의 입지는 줄었다. NC의 가을야구 기적의 행군 속에서도 박세혁은 중용받지 못했다.
8일 신년회에 참석한 박세혁은 지난해 이적 첫 해를 되돌아보면서 “제가 여기 이적하면서 5강을 목표로 했고, 가장 높은 곳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작년에는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고 (손)아섭이 형, (박)건우, (박)민우 등이 다 잘해줬다. 팬분들은 아쉽겠지만 선수단 입장에서는 정말 투혼을 발휘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한해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세혁 개인의 얘기로 돌아오면 아쉬움 투성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아쉽다. 프로에 와서 몸에 맞는 공으로 다치는 것, 그게 다 였는데 올해는 아픈 곳이 많았다. 아쉬운 시즌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부상이 없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박세혁은 “잔부상이 없었는데 손목이 아프고 재활군에 이렇게 빠진 적이 처음이었다. 이 시간들이 정말 힘들었고 많이 아쉬웠다”라면서 “팀에 보탬이 됐으면, 그리고 잘했으면 팀이 더 높은 위치에서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는 김형준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그러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좋은 경험을 했고 공부가 됐다. 선수로서 경기에 뛰고 싶은 열망은 더욱 커졌다. 더더욱 경기에 나가고 싶어졌다. 감독님의 결정이기에 받아들여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형준이는 너무 좋은 선수다. 제가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선수지만 국가대표 가서 잘한 것도 있다”라면서 “제가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베테랑으로서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스스로도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준비를 더 잘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다. 박세혁은 “어린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데 고참이라고 해서 자존심만 부릴 게 아니다. 지금 현실에 맞게 제가 후회없이 준비해야 한다. 제가 준비를 잘 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박세혁은 더 이상 후회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박세혁은 10일, 개인훈련을 위해 출국한다. 지난해 손아섭의 타격왕을 이끈 ‘강정호 스쿨’의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절실하게,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손아섭도 한계를 느꼈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훈련에 나섰던 만큼 박세혁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미국으로 일찌감치 향한다.
박세혁은 “아섭이 형의 영향도 있긴 하다. 아섭이 형도 안좋은 시즌을 거치면서 벽을 느낀 점이 있어서 미국을 갔다 왔을 것이다”라면서 “사실 저는 시기상 더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신년회가 있어서 빨리 떠나지 못했다. 그래도 20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까 많이 준비를 하고 많은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년 막판에 경기에 뛰고 싶었지만 못 나간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후회없이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시즌을 준비할 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고 준비를 빨리하고 또 많이 해보자”라면서 ‘강정호 스쿨’을 찾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박세혁은 다시 경쟁과 증명의 시간에 돌입했다. 과연 박세혁의 절치부심, 후회 없는 준비는 올해 어떤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