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부잔한 성적을 거둔 SSG 랜더스 박종훈(33)이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종훈은 KBO리그 통산 230경기(1077이닝) 71승 73패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한 언더핸드 투수다. 투구 순간 손이 마운드를 스치듯이 지나갈 정도로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47승을 올리며 SSG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2021년 12월 14일 5년 총액 65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SSG와 연장계약을 맺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종훈은 지난 2년간 29경기(128이닝) 5승 11패 평균자책점 6.1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SSG는 박종훈이 예전 기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선발 등판 일정을 관리하고 2군에서 조정을 하게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박종훈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반등에 실패한 박종훈은 결국 지난해 12월 개최된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어떤 팀도 박종훈을 지명하지 않았다. 박종훈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다른 팀에 안가서 다행이다”라고 웃은 박종훈은 “처음 들었을 때는 진짜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였어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 같다.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른 팀에 갔다면 정말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올해 다시 이전 기량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종훈은 “시즌 준비는 잘되고 있다. 살이 많이 빠졌다. 좋았을 때로 돌아가려고 한다. 체중이 14kg 정도 빠졌다.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추고 있다. 힘보다 유연함이 중요한 것인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원래 80kg 초중반을 왔다갔다 했는데 최근 3년 동안 벌크업을 하면서 100kg을 왔다갔다 하게 됐다. 2년이라는 시간을 버렸으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라고 체중 감량 사실을 밝혔다.
“밤에는 생식을 하고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안먹는다”라고 체중감량 비결을 밝힌 박종훈은 “그렇게 먹고 하루에 10km 뛰니까 1주일에 3~4kg씩 쭉쭉 빠졌다. 똑같이 운동하는데 먹는걸 줄이니까 체중이 확 줄었다”라며 웃었다. 체중 감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모님께서 분석을 해주셨다. 내가 잘했을 때 영상을 보시면서 ‘이 때 몸무게를 봐라’라고 하시면서 조언을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박종훈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결국 제구를 잡고 볼넷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훈은 지난해 9이닝당볼넷이 6.75개에 달했다. 타석당볼넷비율도 15.7%로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부터 도입될 예정인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박종훈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박종훈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은 좋을 것 같다. 이전에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가도 볼로 판정되는 공이 많았다”면서도 “그게 중요하겠나. 지금은 일단 가운데에 던져야 한다. 작년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엇비슷하게도 들어가지 않았다”라며 일단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처럼 피치클락도 도입된다. 독특한 투구 메커니즘 때문에 주자 견제에 어려움을 겪었던 박종훈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종훈은 “나는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내가 사실은 투구 템포가 빠른데 타자의 템포에 맞추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주자 견제도 늦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타자도 빨리 준비를 안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니까 이제는 그냥 빨리 준비하고 던지면 될 것 같다”라며 피치클락 도입을 오히려 기대했다.
“더 밑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박종훈은 “풀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키면 만족스러운 시즌이 될 것 같다. 지난해에는 로테이션을 거르고 강한 팀을 피하는 그림이 돼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몇 승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선발투수로서 잘 버티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