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우승 에이스가 될까?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우완 윌 크로우(30)와의 계약했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의 조건이다. 신규 외인 영입 한계 금액을 모두 소진했다. 나머지 한 명은 메디컬 체크 단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다른 투수를 물색하고 있다.
크로우의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기대감이 팀 안팎에서 솟구치고 있다. 크로우의 경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신장 185cm, 체중 108kg의 체격을 갖췃다.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두 시즌을 풀타임으로 보냈다.
특히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25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116⅔이닝을 던지며 4승8패 평균자책점 5.48 탈삼진 111개를 기록했다. 아울러 2023 시즌에는 불펜투수로 변신해 60경기(76이닝) 6승10패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4.38 탈삼진 68개의 성적을 냈다.
2년 연속 메이저리그 풀타임 경력의 투수가 KBO리그에 진출한 것이다. 다만 2023시즌은 어깨 문제로 주춤했고 5경기 등판에 그쳤다. 9⅔이닝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이었다. 7월에 실전 복귀했으나 피츠버그 양도 지명(DFA) 이후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4경기(2선발·27이닝)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구속과 구위도 만만치 않다. 구종은 직구를 비롯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에 스위퍼까지 던진다. 구속도 2021년 직구 평균 93.7마일(150.8km)을 기록했다. 불펜투수로 뛰었던 지난해 최고 구속은 시속 96.7마일(155.6km)에 달했다. KIA가 찾는 구위형 외인투수이다. 이런 투수가 KIA와 계약하자 작년 NC 다이노스에서 20승을 올린 에릭 페디의 재림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IA는 1999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역대로 외국인투수 복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승할 때는 특급 외인투수가 있었다.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가 우승 주역이었다. 그해 29경기에 출전해 190⅓이닝을 소화하며 14승5패, ERA 3.12의 우등성적을 내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특히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따내며 통합우승의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16년에는 2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해 헥터 노에시를 영입했다. 2016시즌 206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을 따내더니 2017시즌은 201⅔이닝을 던지며 20승을 거머쥐었다. 역시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선발승까지 따내며 우승반지를 선사했다. 뛰어난 제구력과 수직 무브먼트 구위, 노련한 마운드 운영까지 KIA 역대 최고의 외인투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헥터 이후에는 애런 브룩스라는 걸출한 투수를 만났다. 2020시즌 11승4패, ERA 2.50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이끌었다. 리그 최고의 외인투수에 기대감도 남달랐다. 그러나 9월 가족들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시즌을 일찍 접고 귀국했다. 2021시즌은 13경기 등판에 그쳤다. 마약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를 구입한 사실이 틀통나 불명예 퇴출됐다.
크로우는 경력과 구위를 본다면 이들 트리오에 버금가는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KIA는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 국내파 선발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불펜 전력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우가 이닝이터을 포함해 에이스 몫을 해준다면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해 우승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 나머지 외인투수 이름도 나오지 않는데도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