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선수 최초로 6년 장기 계약 시대를 열었던 ‘왕년의 대도’ 정수근(47)이 또 사고를 쳤다. 술 때문에 야구계에서 퇴출되더니 은퇴 후에도 상습적인 음주 운전에 폭행 피소까지 당했다.
지난 6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수근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 고소장이 지난 2일 접수됐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처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직장 상사 호출을 받고 찾아간 식당에서 정수근을 처음 만난 A씨는 노래방으로 이어진 2차 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 A씨에게 3차 제안을 거절당한 정수근이 격분해 맥주병으로 그의 머리를 두 차례 가격한 것이다.
그 충격으로 머리 부위가 찢어진 A씨는 인근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입원을 했다. 정수근이 문자와 전화로 사과 연락을 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피해 후유증이 큰 A씨는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 생활이 끝났던 정수근이지만 강제 은퇴 후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려 5번의 음주운전에 폭행까지 저지르면서 야구계에 먹칠을 하고 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다.
정수근은 한때 KBO리그 스타였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1995년 OB(현 두산)에 입단한 좌투좌타 외야수 정수근은 2009년까지 1군 15시즌 통산 1544경기를 뛰며 타율 2할8푼 1493안타 24홈런 450타점 866득점 474도루로 활약했다. 1998~2001년 리그 최초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고,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2회(1999·2001년) 수상했다.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2번(1995·2001년) 경험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였던 정수근은 톡톡 튀는 개성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은 정수근은 2003년 시즌 후 26살의 젊은 나이에 FA 자격을 얻었다. 롯데와 6년 40억6000만원에 계약하며 리그 최초 6년 장기 계약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요즘은 옵션을 붙여 6년 이상 FA 계약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6년 계약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20대 중후반 젊은 나이에 FA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정수근은 그러나 FA 계약 기간 내내 사고뭉치였다. 두산 시절에도 2003년 2월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한인 교포들과 마찰을 빚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승강이를 벌여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롯데에선 이적 첫 해부터 음주 폭행 사고를 저질렀다.
그해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7월26일 새벽 해운대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어 야구 배트를 집어던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때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기도 한 정수근은 KBO로부터 최초로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당했다. 20경기 만에 징계가 해제돼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2008년 7월16일에도 정수근은 새벽에 술에 취한 채 아파트 경비원에게 전치 2주 상해를 입혔다. 지구대로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에게도 폭력을 행사해 입건됐다. 구속 수감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롯데 구단이 즉시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고, KBO도 무기한 실격 선수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1년 가까이 자숙의 시간을 갖고 2009년 6월 징계에서 해제된 정수근은 마지막 기회마저 술로 걷어찼다. 그해 8월12일 1군 복귀했지만 8월31일 해운대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음주 난동 논란으로 번졌다. 허위 신고로 드러났지만 앞서 두 번의 음주 사건으로 가중 처벌을 받았다. 인내에 한계심이 다다른 롯데는 정수근을 즉시 퇴출했고, KBO는 또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