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안팎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운영사장이 지난 2018년 11월 부임한 뒤 가장 큰 계약을 한 선수가 바로 ‘바람의 손자’ 이정후(26)다. 최근 몇 년간 대형 FA 선수들에게 연이어 외면받은 자이디 사장으로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이정후였다.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7억원) 계약은 자이디 사장 체제에서 가장 큰 투자였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사이영상 출신 투수 로비 레이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에도 더 많은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스프링 트레이닝이 6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대치는 낮게 갖는 게 좋다. 지난 몇 년간 샌프란시스코가 실패했던 모든 일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스타 선수 영입에 실패한 점을 지적했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영입전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샌프라시스코는 지난겨울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 합의했으나 신체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돼 계약이 무산됐다. 올 겨울에도 샌프란시스코는 투타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노렸으나 모두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에게 빼앗겼다.
자이디 사장은 “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다저스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이 ‘(오타니, 야마모토에게) 10억 달러 넘는 계약은 야구에 좋지 않다’, ‘경쟁 균형에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두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우리도 그들을 데려갔다면 10억 달러에 계약했을 것이다. 빅마켓 팀이 돈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불평할 입장이 아니다. 우리 포함 리그의 많은 팀들을 노리고 있던 두 선수를 영입한 다저스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자이디 사장은 “아직 오프시즌이 많이 남아있다. 우리는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된다”며 추가 전력 보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FA 시장에는 남은 A급 선수로는 투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이마나가 쇼타, 마커스 스트로먼, 3루수 맷 채프먼, 중견수 코디 벨린저 등이 있다.
디애슬레틱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홈구장 오라클파크 관중 동원에도 문제가 생겼다. 자신의 재계약으로 이어진 그렉 존슨 구단주와 대화 이후 자이디 사장은 로스터에 스타 파워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2018년 11월 부임 때 수많은 악성 계약을 물려받고 몇 년간 처리해야 했던 자이디 사장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 팀이 처해있는 상황이 그렇다. 그들은 스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야구 스타 이정후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베팅을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가 그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했지만 “우리가 아홉 자리(1억 달러 이상) 금액을 투자한 선수로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정말 흥미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도 우리가 이정후에게 관심을 기울인 이유 중 하나였다.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통산 8차례인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이지만 최근 7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1번(2021년)에 불과했다. 2017년 리그 전체 3위(330만3652명)였던 홈관중 순위가 지난해 17위(250만153명)까지 떨어졌다. 윈나우도, 리빌딩도 아닌 어중간한 행보로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스타마저 없으니 팬들을 끌어들일 요소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의 기량뿐만 아니라 남다른 스타성까지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