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긴 시간 동안 고국을 떠나게 됐지만 두려움은 없다. 이미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있기 때문이다.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상호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고우석은 2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조건에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지었다. 2024년 175만 달러(약 23억 원), 2025년 225만 달러(약 29억 원)를 받으며, 2026년 상호 옵션으로 300만 달러(약 39억 원)가 걸려 있는 조건이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50만 달러(약 6억 원)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로 풀린다. 세부 옵션까지 포함 고우석은 3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3억 원)를 수령할 수 있다.
고우석의 미국 도전 첫 무대가 샌디에이고로 확정되며 2024시즌부터 김하성과 고우석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샌디에이고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펫코파크를 누비게 됐다.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8억 원)에 계약한 김하성은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2023시즌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2루수 포지션 변신과 함께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데뷔 시즌부터 뽐낸 견고한 수비력을 마침내 인정받으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2023시즌 OAA(평균대비아웃기여)에서 2루수로 +7, 전체 포지션을 아울러 +10을 기록했다.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모두 견고한 수비를 자랑했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2루수 부문에서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골드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현지 언론의 “아시아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깬 장본인”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미국 무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무리 지은 뒤 가장 먼저 파드리스 선배 김하성의 연락처를 구했다. 김하성의 연락처를 제공한 이는 김하성과 각별한 사이를 자랑하는 고우석의 처남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치고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고우석은 “내가 먼저 (이)정후한테 (김)하성이 형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을 드렸다. 형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라며 “외국으로 가서 야구를 처음 하게 됐는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또 대표팀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다는 게 마음의 안정이 생긴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고우석의 적응을 돕는 이는 김하성뿐만이 아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와 간판스타 다르빗슈 유도 고우석의 빠른 적응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야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적응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라며 “운 좋게 개인 운동을 하러 나온 다르빗슈 유도 만날 수 있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라고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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