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리스맨’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성공적인 입단 계약을 마치고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고우석은 지난 4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상호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고우석은 2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조건에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지었다. 2024년 175만 달러(약 23억 원), 2025년 225만 달러(약 29억 원)를 받으며, 2026년 상호 옵션으로 300만 달러(약 39억 원)가 걸려 있는 조건이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50만 달러(약 6억 원)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로 풀린다. 세부 옵션까지 포함 고우석은 3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3억 원)를 수령할 수 있다.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함에 따라 원소속팀 LG 또한 샌디에이고로부터 90만 달러(약 12억 원)의 이적료를 받는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계약 총액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총액의 20%가 포스팅 비용으로 매겨진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 지명된 고우석은 2019년부터 LG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7시즌 통산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22년 평균자책점 1.48과 4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처음 차지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목과 어깨 부상을 당하는 등 잔부상으로 인해 한해 성적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지만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하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끝으로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7시즌을 채웠고,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LG 구단에 전달한 뒤 허락을 받았다.
고우석의 포스팅 협상은 험난했다. 지난달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포스팅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지의 저조한 관심 속 별 소득 없이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많은 전문가들은 고우석의 LG 잔류를 점쳤다. 그러나 협상 마감까지 약 19시간을 앞두고 김하성이 속해 있는 샌디에이고의 극적 오퍼가 들어왔고, LG 구단의 허락과 함께 3일 미국 샌디에이고로 건너가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한글로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며 고우석의 입단을 축하했다. 지난 5일에는 공식 SNS를 통해 홈구장 펫코파크를 방문한 고우석의 인사 영상을 올렸는데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헬로 파드리스, 마이 네임 이즈 고. 나이스 투 미트 유”라는 짧은 영어 인사를 남겼다. 이어 한국말로 “만나서 정말 반갑다. 샌디에이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몸을 잘 만들어 오겠다”라고 밝혔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로 향하며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또한 오는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노릴 수 있다. 지난달 6년 1억13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처남’ 이정후와의 같은 지구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이들뿐만 아니라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더해 2024시즌 아시아 선수들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금의환향한 고우석과의 일문일답이다.
-계약 소감
엄청 급하게 모든 일이 일어나서 아직 얼떨떨한데 앞에 서니까 실감이 난다. 기분 좋다.
-계약 성사됐을 때 느낌은
계약 직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했다. 7분 앞두고 계약이 성사됐고, 기쁨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계약 조건에 대한 만족도는
오퍼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계약 조건은 에이전시가 잘 설명해줘서 기분 좋았다.
-샌디에이고 현지에서 받은 느낌은
도착해서 쉬는 시간 없이 무언가를 너무 많이 했다. 지금 여기 있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샌디에이고 간 건 처음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고 눈에 담긴 장면이 아름다웠다.
-샌디에이고 단장 포함 구단 관계자들도 만났다고 들었다
일단 야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적응에 있어 도움 주겠다고 했다.
-다르빗슈 유 등 샌디에이고 선수들도 만났나
운이 좋게 다르빗슈 선수가 개인 운동하러 나와서 만났다. 사진도 찍었다.
-장인(이종범)과 처남(이정후)의 반응은
가기 전에 비행기 탈 때 축하 연락이 많이 왔다. 우리 부모님도 기뻐하셨다.
-고우석에게 메이저리그는 어떤 의미였나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크게 와닿는 건 없다.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이기에 경쟁해서 잘 이겨내서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로스터 들어간다면 그 때 실감이 날 것 같다.
-데뷔전을 서울에서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기하다. 그런데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 아직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다.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성급한 면이 있다. 몸 잘 만들어서 서울에서 첫 경기할 수 있도록 잘해보겠다.
-메이저리그 첫해 목표는
머릿속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장면이 있지만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은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다.
-LG 구단에서 흔쾌히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 때문에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친정팀이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모든 부분에서 다 감사하다.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내가 먼저 (이)정후한테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을 드렸다. 형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외국으로 가서 야구를 하는 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대표팀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다는 게 마음의 안정이 생긴다.
-1년 뒤 FA 자격을 얻는데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유가 있나
2023시즌 전부터 포스팅을 준비했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았고, 아무래도 팀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도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팀원 모두가 힘 내줘서 운 좋게 우승을 했고 난 발만 담갔다. 그런 기쁜 순간에 포스팅 선택이 왔는데 일단은 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서 신청한 게 가장 컸다.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크게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언론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야기만 많이 나왔지 적극적으로 오퍼가 들어오진 않았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막판에 오퍼가 들어와서 그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모르겠다. FA 1년 앞두고 가는 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1년 뒤에 가면 더 이득인데 왜 이런 선택을 했냐고 묻는다. LG로 돌아온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포스팅으로 나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LG와의 인연을 더 이어가고 싶다는 의미인가
LG라는 그룹과 구단이 내가 남기고 가는 이적료는 솔직히 엄청 작다. 대형 계약에 비해. 그럼에도 내 개인의 꿈인데 그걸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포스팅 협상 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나
사실 나보다 에이전시 마음고생이 컸다. 나는 선수라서 만약에 되지 않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되지 않으면 지금껏 준비했던 대로 LG 가서 야구를 하면 된다. 그런 순간에 좋은 계약을 해야하는 에이전시가 고생 많이 해줘서 감사하다.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고 보나
1월 초니까 2월 중순쯤 아마 첫 훈련 들어갈 거 같은데 그 시간 동안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경기를 하면서 타자와 승부해보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로스터에 들어야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일정은
일단은 잠실 집에 가서 조금 쉬고 싶다. 다음 주부터 원래 하던대로 운동하면서 일정 조율할 것이다.
-미국 팬들이 고우석 이름을 두고 ‘월드시리즈에 가자(GO WS)’는 식의 해석을 했다
내가 본 건 이름이 워낙...그런데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일단 이름은 제대로 알렸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유쾌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LG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미국행 결정에 있어서 어렵게 느껴졌던 게 LG 트윈스라는 구단과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 주셨던 응원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발전해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못하면 짧게 있다가 올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잘 발전해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개인의 꿈인데도 너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계약 후 LG 선수들 반응은
비행기 타는 날까지도 잠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가는 걸 아는 선수도 있었고, 모르는 선수도 있었다. 연락 진짜 많이 왔는데 잠실에서 만나서 다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LG 염경엽 감독과 나눈 이야기는
계약 직후 바로 전화해서 감독님 덕분에 좋은 계약할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LG는 고우석의 마무리 후임자로 유영찬을 낙점했다. 조언을 남긴다면
잘하지 않을까. 의심 없이 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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