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다른 팀에서 뛴다. 앞서 두 번은 방출로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면 이번에는 FA 계약으로 자신이 직접 팀을 택했다. 베테랑 불펜투수 임창민(39)이 그 주인공이다.
임창민은 지난 5일 삼성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계약금 3억원, 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으로 총액 8억원의 조건이다.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C등급 FA로 삼성은 임창민의 전 소속팀 키움에 전년도 연봉(1억원)의 150%인 1억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불한다.
이로써 임창민은 4년 연속 소속팀이 바뀌었다. 2021년까지 NC에서 9년을 몸담은 임창민은 그해 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그해 46경기(40⅓이닝) 3패17홀드 평균자책점 3.7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세대 교체에 나선 NC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 불펜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두산에 새 둥지를 텄다. 연봉 1억2000만원으로 방출 선수치고 좋은 대우를 받은 임창민은 32경기(27⅓이닝) 2패6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키움에서 그를 불렀다. 2008년 프로 데뷔한 임창민은 2012년 11월 NC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히어로즈 소속으로 키움이 친정팀이었다. 11년 만에 돌아온 팀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5월 중순부터 마무리를 맡아 51경기(46⅔이닝) 2승2패26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51로 안정감 보였다.
시즌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신청한 임창민은 불펜 보강을 팔을 걷어붙인 삼성의 부름을 받아 다시 팀을 옮겼다. 39세 늦은 나이에 첫 FA 계약으로 최근 2년 연속 방출 시련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창민은 “삼성이라는 명문팀에서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보여주셔서 입단을 결심했다. 삼성에는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보기 드물게 4년 연속 소속팀이 바뀐 것도 흥미롭다. KBO리그 역사에서 몇 안 되는 희귀 케이스. 두 번의 방출을 딛고 FA 계약으로 4년 연속 팀이 바뀐 것은 임창민이 처음이지만 5년 연속 팀이 바뀌거나 4년간 5개 팀, 3년간 4개 팀을 오간 저니맨들도 있다.
8개 구단 시절 6개 팀을 오가며 무려 6번의 이적을 한 ‘원조 저니맨’ 최익성이 대표적이다. 호타준족 외야수였던 최익성은 1998년 삼성, 1999년 한화, 2000년 LG, 2001년 KIA, 2002년 현대까지 5년 연속 팀이 바뀌었다. 4년 연속 트레이드로 팀을 옮겨다녔다. 2001년 시즌 중 해태가 KIA로 인수돼 실질적으로 5년간 6개 유니폼을 입었다. 최익성은 2003년까지 현대에서 2년을 뛰었지만 방출됐고, 2004년 삼성으로 돌아갔다 다시 방출된 뒤 2005년 SK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최익성에 앞서 좌타 외야수 동봉철이 있었다. 1996년 5월 시즌 중 삼성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된 동봉철은 1997년 LG, 1998년 한화, 1999년 쌍방울로 4년간 무려 5개 팀에 몸담았다. 모두 트레이드로 팀이 바뀌었다. 특히 1998년에는 시즌 중이었던 5월에 LG에서 한화로, 시즌 종료 후였던 11월에 한화에서 다시 쌍방울로 트레이드되면서 한 해에만 3개 팀을 오갔다. 연이은 이적 후유증인지 동봉철은 1999년을 끝으로 29세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쳤다.
불펜투수로 롱런한 송신영 SSG 수석코치도 3년간 4개 팀을 오간 적이 있다. 2011년 7월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송신영은 FA 계약을 통해 2012년 한화에서 뛰었다. 하지만 시즌 후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NC의 부름을 받아 2013년 다시 팀을 옮겼다. 이어 그해 4월 중순 트레이드로 친정팀 넥센에 2년 만에 복귀했다. 송신영은 2015년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로 또 한화 지명을 받아 5번째 이적을 했고, 2017년 시즌 중 은퇴했다.
이외에도 내야수 손지환이 2007년 KIA, 2008년 삼성, 2009년 SK, 2010년 한화에서 4년 연속 다른 팀에서 뛰었다. 트레이드에 이어 두 번의 방출로 팀을 옮겼다. 2010년 시즌 후 한화에서도 방출되면서 커리어를 마감했다. 1997년 LG에서 데뷔한 뒤 진필중의 FA 보상선수로 2004년 KIA로 이적하는 등 5개 팀에서 뛰었다.
매년 팀이 바뀌는 것은 선수에겐 달갑지 않다. 새로운 팀에 가면 적응을 해야 하고, 거처를 자꾸 옮겨야 하는 불편함도 크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팀이 계속 있었고,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임창민은 두 번의 방출 시련을 딛고 FA 계약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귀감이 될 만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