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 팬들은 지난달 중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영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크게 설렜다. 오타니가 계약을 위해 토론토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나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은 캐나다 사업가였고, 오타니는 다음날 다저스와 계약했다. 토론토 팬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은 두 배였다.
토론토 팬들뿐만 아니라 프런트가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오타니를 놓친 아쉬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오타니 영입 실패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5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토론토의 스프링 트레이닝 장소를 찾아 미팅을 가졌다. 토론토도 다저스에 근접한 제안을 했지만 서부 지역에 우승 가능한 팀을 선호한 오타니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최고액에 계약했다.
지난해 타선 약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토론토에 있어 ‘홈런왕’ 오타니는 최고 카드였다. 우타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타선의 좌우 밸런스도 맞출 수 있는 안성맞춤이었다. 내년 투수 복귀에 따른 투타겸업 효과까지, 토론토 팀 전체에 미칠 오타니 효과는 굉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토론토의 한낱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앳킨스 단장은 “우리는 분명 결과에 실망했다. 나의 커리어에서 가장 받기 힘든 전화 중 하나였다. 매우 힘들었다”고 돌아보며 “동시에 우리 팀원들의 노력과 협업에 놀랐다. 오타니가 우리 구단과 도시, 국가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족한다”고 구단 내 구성원들의 오타니 영입을 위한 노력을 치켜세웠다.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해 토론토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앳킨스 단장은 “절대 아니다”고 잘라 말한 뒤 “우리는 협상 과정에서 오타니와 정말 좋았다. 구단주부터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노력했다.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오타니에게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타니를 놓친 뒤 토론토는 FA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와 1년 105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유틸리티 플레이어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를 2년 1500만 달러에 영입했다. 강력한 전력 보강이 없는 가운데 앳킨스 단장은 “우리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공격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대가 우리에게 적응한 만큼 우리도 그에 적응해야 한다”며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하기 전 1명 정도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대상으로 앳킨스 단장은 외야수나 지명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FA 야수 중 최대어인 중견수 코디 벨린저, 거포 1루수 리스 호스킨스가 시장이 남아있지만 토론토는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벨린저의 행선지 중 하나로 토론토가 예측됐지만 키어마이어, 카이너-팔레파와 계약하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
토론토의 강점으로 평가되는 투수진에 대해 앳킨스 단장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전력 보강 가능성은 열어놓았지만 야수진에 포커스를 맞췄다. 류현진과 재결합에 큰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시즌 후 결산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재계약 여지를 남겼지만 이후 별다른 이야기나 소식이 없다.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기쿠치 유세이로 이뤄지 1~4선발이 탄탄하다. 2022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3위였던 알렉 마노아가 부활하면 선발 다섯 자리가 채워진다. 뎁스 보강용으로 류현진에게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 몸값을 감당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현지 언론에선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가 단기 계약으로 류현진과 계약하기에 적합한 팀이라고 보고 있다. 토론토는 그런 예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