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해보겠습니다".
2023년 11월 KIA 타이거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외야수 이우성(29)은 대뜸 박기남 내야수비코치에게 1루수를 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박코치를 통해 이우성의 의지를 전해들은 김종국 감독은 웃었다. 갑작스러운 1루수 변신이 반가운 것도 있지만 이우성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팀을 위한 변신이기 때문이다. 이우성은 "프로에서 10년동안 외야수를 했다. 내야수를 배워보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1루수로 성공한다면 나에게도 팀에게도 플러스가 될 것이다". 마무리 캠프내내 1루수 훈련을 펼쳤다. 적응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프링캠프까지 1루수를 주로 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프로에 뛰어든 이우성은 2023시즌에야 비로소 1군 주전이 되었다. 두산에 입단해 NC로 이적했고, 다시 KIA로 옮겼다. 장타력을 갖춘 미완의 유망주였다. 2019시즌 KIA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터트렸다. 이범호 뒤를 이을만한 우타거포가 필요했던 KIA는 베테랑 외야수 이명기를 내주고 트레이드했다.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백업선수로 힘을 보탰을 뿐이었다. 대수비 대타 대주자로 나섰다.
2022시즌 김종국 감독의 부임은 그에게는 큰 기회였다. 김 감독은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1군에 데리고 있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78일 동안 1군 엔트리에 머물렀다. 80경기 137타석을 소화하며 2할9푼2리의 타율로 보답했다. 2023시즌은 공수주에서 빛났다. 126경기 400타석 타율 3할1리 8홈런 58타점 39득점 8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780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웠다. 6월 말까지 부상병 나성범의 빈자리를 채우더니 원래 주전이었던 최원준이 전역해도 외야 한 자리를 지켰다.
이우성의 도약은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겼다. 외야수가 차고도 넘쳤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재계약했고 나성범은 부동의 외야수이다. 최원준이 본격적인 외야수 풀타임을 예고하고 있다. 공수주를 갖춘 박정우도 1군에서 활용해야 한다. 이창진과 김호령, 김석환까지 있다. 고종욱은 대타 보직이지만 외야 수비도 가능하다. 소크라테스와 나성범을 제외하면 한 자리를 놓고 7명이 경쟁하는 셈이다.
이우성이 1루수 변신을 선택한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1루수는 쉽지 않다. 강습 타구, 불규칙성 타구, 머리위로 치솟는 팝플라이 등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하고 투수 및 2루수와 연계 플레이 등 할 일이 많다. 11년 만에 어렵게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공하면 팀은 선수활용폭이 훨씬 넓어진다. 성패를 떠나 팀을 위한 도전을 선택한 이우성에게 감독이라면 밀어주고 싶은 마음을 클 것 같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