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짤막한 뉴스 하나가 떴다. 다저스 관련 소식이다. 새로 일본인 한 명이 스태프로 참여하기로 했다. 야다 오사무라는 이름이다. 생체 역학 전문가로 소개됐다. 12년 장기 계약으로 영입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의 훈련을 돕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생소한 이름이다. 생체 역학이라는 분야도 낯설다. 누굴까. 정체가 궁금하다. 프로필도 독특하다. 키네틱 포럼(KINETIC FORUM)이라는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온다. (특히 노년층의) 신체 전반의 균형에 대한 연구와 시술을 전문으로 한다고 안내한다.
또 다른 직업이 있다. 접골원(接骨院)에서 일한다. 관절이 삐끗했을 때 치료해 주는 곳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일본에는 여전히 많다. 오사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야다 접골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 의아하다. 명색이 일류 구단이다. 세계적인 권위의 전문의를 주치의로 두고 있다. 의료, 트레이닝 파트 전담 스태프만 5~6명이다. 보조 인력까지 하면 그보다 훨씬 많아진다. 그런 다저스가 왜? 일본의 대체 의학 전문가와 또 계약을 맺을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기사에 인용된 것은 야마모토의 에이전트 조엘 울프의 코멘트다. 즉, 야다 접골원장의 합류는 야마모토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야마모토라는 투수는 무척 특이한 존재다. 190cm가 넘는 거구들이 즐비한 가운데 유독 언더 사이즈의 신체 조건이다. 키가 178cm, 몸무게는 80kg 밖에 안 나간다. 그런 몸으로 160㎞에 가까운 패스트볼을 뿌린다. 특히 지난해는 투구 폼도 교정했다. 발을 높이 들지 않고, 가벼운 슬라이드 스텝으로 던지는데 157~158㎞를 꽂아 넣는다. 그야말로 연구 대상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드래프트 4번으로 지명됐다. 소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빠른 볼은 가졌지만, 몸집이 작아 기대치가 낮았다. 또 팔꿈치와 하체에 부상 이력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일본 최고의 투수가 됐을까. 바로 접골원장을 만난 덕이다.
오릭스 입단 초기. 그의 훈련 방법이 독특했다. 물구나무를 선 채로 걸어 다니고, 백핸드 스프링을 거르지 않는다.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다. 외야로 가더니, 육상 선수로 변신한다. 투창, 그러니까 창 던지기로 한동안 몸을 푼다.
지켜보던 코치들이 깜짝 놀란다. “무슨 짓이야. 누가 그런 식으로 하래?”
왜 아니겠나. 난생처음 보는 방식이다. 들어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창 던지기는 너무 먼 곳을 겨냥하기 때문에 하면 안 되는 방식이라는 고정 관념이 강했다. 훗날 전설적인 포수 후루타 아츠야와 인터뷰 때 당사자가 밝힌 얘기다.
“훈련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창 던지기는 그 분이 추천해 줘서 하게 됐다. 공보다 창이 더 무겁고, 길기 때문에 전신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체중 이동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팔꿈치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담을 주지 않는 자세라서 좋았다(이 대목에서 후루타가 무릎을 친다).”
어찌 보면 정파가 아닌 사파(邪派)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도 낯선 존재이고, 독특한 이론이다.
그만큼 둘의 만남도 남다르다. 야구용품을 만드는 아버지 친구가 있다. 어릴 적부터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현재 사용하는 글러브도 그곳에서 제작해 준다. 친구 아들이 프로 입단을 앞두고 있을 때다. “아저씨가 아는 분이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
곧 프로 선수가 될 고교 3년생이다. 한참 의욕이 넘치고,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이다. 몸집과 움직임, 공 던지는 폼을 한참 살핀다. 그러더니 야다 선생(야마모토가 그렇게 부른다)은 따가운 일침을 놓는다.
“네 몸을 생각해 봐. 지금 방법대로 하면 절대 될 수 없어. 잠을 한숨도 안 자고 노력한다고? 그래도 안 돼.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꿔야 해.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 얘기를 듣는 눈빛이 똘망똘망하다.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접골원장의 또다른 직업은 생체 역학 전문가라고 했다. 신체의 균형을 통해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물구나무. 백핸드 스프링, 투창이 모두 그런 훈련이다. 그 외에도 400가지 정도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졌다.
‘사파(?)’의 제자는 야마모토뿐만이 아니다. DeNA 베이스타즈를 거쳐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한 외야수 쓰쓰고 요시토모도 그의 문하생이다.
물론 다저스에서의 주된 업무는 야마모토를 돌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카우트 팀에서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는다.
야다 선생의 독특한 이론과 접근 방식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작은 체구에서, 그런 간결한 투구폼으로. 저런 폭발력을 얻어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KBO 리그도 창 던지기와 인연이 있다. 1990년대 해태 투수 송유석이 투창 선수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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