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좌완 김범수(29)와 두산 우완 이영하(27)가 나란히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들과 합동 훈련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김범수와 이영하는 오는 3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17일까지 보름 일정으로 요미우리 구단 시설에서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의 에이스로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 우승 멤버가 된 토고 쇼세이(24) 등 요미우리 투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이영하가 1년 전부터 에이전시인 정창용 팀퓨처스 대표에게 “일본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게 시작이었다. 과거 이승엽 두산 감독과 이대호가 일본에서 활약할 때 통역을 맡아 일본에 인맥이 넓은 정창용 대표가 훈련할 수 있는 팀들을 직접 알아봤고, 그 중 가장 유서 깊은 요미우리와 뜻이 맞았다.
이 소식을 들은 같은 에이전시 소속의 김범수도 정창용 대표에게 일본행을 요청했다. 평소 일본 야구에 관심이 많고, 요미우리를 좋아하는 김범수는 직접 일본 투수들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같은 에이전시 식구로서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김범수와 이영하가 뭉치게 됐다.
훈련 장소는 요미우리가 매년 가을과 봄에 쓰는 미야자키 캠프지. 돔으로 된 실내 연습장을 비롯해 훈련 시설과 환경이 잘 갖춰져있다. 무엇보다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 투수들의 훈련 방법, 루틴, 노하우 등 여러 가지 장점을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우며 흡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특히 2019년 1군 데뷔한 우완 토고는 이중 키킹에서 최고 154km 강속구를 뿌리는 강속구 투수로 포크볼이 주무기. 1군 5시즌 통산 96경기(609⅔이닝) 43승27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550개를 기록 중이다. 최근 2년 연속 12승을 거둔 요미우리 에이스로 2022년 센트럴리그 탈삼진 1위(154개)에 오르며 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WBC에서도 2경기에 등판, 모두 홀드를 거두며 5이닝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선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2이닝 무실점 호투로 일본 우승에 기여했다. 이어 지난해 24경기(170이닝) 12승5패 평균자책점 2.38 탈삼진 141개로 요미우리 에이스다운 면모를 이어갔다.
김범수는 “그동안 캠프 때 일본 팀들과 연습경기는 해봤어도 선수들과 같이 훈련한 적은 없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며 “요즘 미국 야구의 훈련 방법이나 데이터는 나와 있는 게 많다. 일본은 그렇게 알려진 게 없어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하는지 보고 싶다. 어떻게 그렇게 150km를 쉽게 던지고, 볼 회전 효율이 좋은지 궁금하다. 포크볼이나 체인지업 같은 떨어지는 공도 배워오고 싶다”며 함께 가는 이영하에 대해서도 “두산이 제일 잘 나갈 때 17승까지 했던 투수다. 같이 훈련하면서 배울 게 무조건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좌완 강속구 투수 김범수는 9시즌 통산 369경기(34선발·456⅔이닝) 25승46패62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직구 평균 구속(147.3km)이 가장 빨랐던 좌완 투수로 매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2022년 리그 최다 78경기에 등판해 한화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76경기(62⅓이닝) 5승5패1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4.19로 활약하며 한화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올해 프로 데뷔 10년차를 맞아 더 큰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16년 두산 1차 지명자인 이영하는 2017년 1군 데뷔 후 7시즌 통산 223경기(97선발·670⅓이닝) 51승38패7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 중이다. 192cm 장신에서 나오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2018년 10승, 2019년 17승으로 두산 왕조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22년 시즌 중 학교 폭력 가해 누명 속에 법정 공방을 벌인 여파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36경기(39⅓이닝) 5승3패4홀드 평균자책점 5.49로 고전했지만 직구 평균 구속 147.5km로 구위는 살아있다. 선발 재도전 의지가 강하고, 이번 일본 캠프를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