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타격 재능,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수비 포지션. 롯데 자이언츠는 2024년, 나승엽(22) 딜레마를 안게 됐다. 어쩌면 한 시즌 만에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나승엽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가계약까지 맺을 정도였지만 롯데가 지극정성으로 마음을 돌려 롯데 유니폼을 입게 했다. 2라운드 지명 선수였지만 5억 원이라는 계약금은 나승엽의 기대치를 설명했다. 다만 데뷔시즌 기대를 모으고 나섰지만 60경기 타율 2할4리(113타수 23안타) 2홈런 10타점 OPS .563의 성적을 남긴 채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면서 일찌감치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상무에서는 2시즌 모두 3할 타율을 넘기며 활약했다. 2022년 82경기 타율 3할(287타수 86안타) 7홈런 64타점 60득점 OPS .903, 2023년에는 84경기 타율 3할1푼2리(295타수 92안타) 5홈런 57타점 62득점 OPS .869로 활약했다. 상무에서 보낸 2시즌, 140볼넷 99삼진으로 볼넷보다 삼진이 더 많았다. 선구안으로 자신의 재능을 입증했다.
타격 재능이야 모두가 인정한다. 구단 일부에서는 "나승엽이 복귀하는 2024시즌 팀은 다를 것이다"라면서 나승엽의 재능이 팀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데뷔 시즌이었고 여러 포지션을 경험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최적 포지션을 찾아가면 됐다. 상무에서 주 포지션은 1루수였다. 전역 이후 마무리캠프에 합류해서는 1루수 미트가 아닌 일반 내야수 글러브를 끼고 훈련했다. 나승엽은 “아직 어떤 포지션을 맡게될지 언질 받은 건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김민호 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나승엽의 포지션 고민을 이어 받았다. 어떤 포지션에서 경쟁을 시키고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야할지를 정해야 한다.
타격 재능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결국 수비 포지션이 있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3루에는 한동희 김민수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최항 오선진도 3루가 가능하다. 1루수 자리에는 정훈과 이정훈이 있다. 전준우도 1루수가 가능하다. 1루나 3루, 코너 내야 자리는 현재 과포화 경쟁 체제를 피할 수 없다.
나승엽의 외야 전향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2021년 데뷔 첫 스프링캠프 당시 외야 훈련을 받았지만 타구판단 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정규시즌에서 외야로 나서는 일은 없었다.
올해 김민석과 윤동희의 외야 전향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기에 못지 않은 재능의 나승엽도 다시금 본격적인 외야 전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무 전역 이후 여전히 군보류 선수로 묶여 있기 때문에 비활동기간 제약 없이 12월 1월 내내 구단과 함께 집중적인 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야에서도 경쟁은 불가피하다. 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 김민석 윤동희 등의 주전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 지명타자로 분류된 전준우 역시도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장두성 황성빈 등의 백업 자원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과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연이은 대표팀 차출로 나승엽을 오래 지켜보지 못했지만 내야보다는 외야가 좀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지션과 관련해서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결국 냉정하게 내야든 외야든, 어느 포지션에서도 수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직 이제 22세에 접어들고 운동능력도 뛰어난 선수가 수비 포지션이 없다면 경기 출장 빈도도 줄어들 것이다.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지명타자로 쓴다면 이 역시도 구단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나승엽의 기대치는 롯데의 수뇌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결국 이 재능을 뽐내기 위해서는 경기에 나서야 한다. 자신의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 2024시즌 나승엽과 롯데의 딜레마는 어느 시점에 해소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