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아픈 상황에서도 5경기 연속 투구를 한 외국인 투수가 있다. 한신 타이거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옮긴 우완 카일 켈러(30)가 팀 동료들의 사랑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지난 31일 ‘켈러는 왜 동료들에게 사랑을 받았을까. 긴급 귀국 직전 연투가 말해주는 그의 인성’이라는 제목하에 켈러의 시즌 중 귀국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전했다.
켈러는 지난해 8월11일 가족 사정으로 시즌 중 미국에 일시 귀국했다. 8월5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전부터 1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까지 6일 사이 5경기 연속 투구를 하며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던 중이었다.
닛칸스포츠는 ‘켈러의 가족 중 한 명이 중병에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러는 며칠 동안 상황을 알리지 않은 채 연투를 이어갔고, 마지막 경기에선 세이브까지 기록했다. 여름에 불펜진의 피로가 쌓이는 것을 생각해 귀국할 때까지 던진 것이었다’고 전했다.
가족을 돌보느라 팀에 다시 합류하지 못했지만 켈러의 노고를 잊지 않은 한신 선수들은 9월14일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그의 등번호 4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기뻐했다. 이에 켈러도 통역을 통해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정말 기쁘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켈러는 2020년 LA 에인절스,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거치며 3시즌 통산 44경기(46⅓이닝) 1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5.83 탈삼진 48개를 기록했다.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2022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개막 2경기 만에 2군으로 강등됐지만 포크볼을 새로 연마하면서 반등을 위한 노력을 했고, 6월 1군 복귀 후 주축 불펜으로 거듭났다. 1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등 34경기(32⅔이닝) 3승2패3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3.31 탈삼진 46개로 활약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최고 157km, 평균 152km 강속구에 커브를 결정구로 쓰는 켈러는 2년차가 된 지난해 27경기(26⅓이닝) 1승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71 탈삼진 28개로 활약했다. 그러나 가족 문제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고, 한신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요미우리와 계약하면서 일본에 돌아왔다.
한신의 라이벌 요미우리로 이적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1950년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제가 시작된 이후 두 팀 사이를 오간 이적은 9번째. 외국인 선수는 1998~1999년 한신, 2000~2001년 요미우리에서 뛴 좌완 투수 대럴 메이 이후 켈러가 두 번째다. 요미우리는 불펜 보강을 위해 검증된 카드 켈러를 영입했다.
지난 26일 요미우리와 계약이 공식 발표된 켈러는 “요미우리에 입단하게 돼 매우 기쁘다. 야구계 최고로 유서 깊은 구단에서 새로운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어 영광이다. 팀과 팬 여러분께 더 많은 우승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팀원들과 코치진 그리고 아베 신노스케 감독과 만남이 기대된다. 더 나아가 자이언츠 팬들 앞에서 도쿄돔 마운드에 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