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에서 유리몸으로 전락한 ‘파이어볼러’ 크리스 세일(34)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팀을 옮겼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고 애틀랜타로 향했다.
보스턴은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좌완 투수 세일을 애틀랜타로 보내면서 내야 유망주 본 그리솜(22)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년 세일의 연봉 2750만 달러 중 1700만 달러를 보스턴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크레이그 브레슬로 보스턴 야구운영책임자(CBO)는 ‘MLB.com’ 등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세일처럼 우리 팀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팀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고,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었던 세일은 이를 포기하고 애틀랜타행을 받아들였다. 브레슬로는 “세일은 보스턴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구단이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사람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이런 결정이 쉽지 않지만 세일이 문제에 접근한 방식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일이 7년간 몸담으며 정든 보스턴을 떠나기로 한 것은 우승에 대한 의지도 있었다. 브레슬로는 “세일은 내셔널리그(NL)에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팀으로 가게 된 것에 상당히 고마워했다”며 애틀랜타가 우승권 전력의 팀이라는 점이 거부권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04승58패를 거둔 애틀랜타는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642) 팀으로 2018년부터 최근 6년 연속 NL 동부지구를 제패했다. 최강 타선을 중심으로 맥스 프리드, 스펜서 스트라이더, 찰리 모튼, 브라이스 엘더로 이뤄진 선발진도 막강한데 세일까지 합류했다. 부상만 없다면 세일은 팀 전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는 투수다. 여전히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3.9마일(151.km)로 빠르다.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야구운영사장은 “세일의 건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플레이오프를 책임질 선발투수라고 생각해서 영입했다. 우리는 그가 계속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세일은 오랜만에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0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투구수 제한을 따로 두진 않겠지만 상태를 보면서 불펜 세션을 건너뛰거나 추가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관리 계획도 밝혔다.
198cm 장신으로 낮은 팔 각도에서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세일은 201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뒤 13시즌 통산 343경기(263선발·1780⅔이닝) 120승80패12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3.10 탈삼진 2189개를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AL) 탈삼진 1위를 두 번 차지했고, 올스타에도 7번 선정됐다. 2013~2018년 6년 연속 AL 사이영상 5위 안에 든 리그 정상급 투수였다.
2016년 12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 2017~2018년 2년간 특급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7년 이적 첫 해 리그 최다 214⅓이닝을 던지며 삼진 308개를 잡아냈다. 2018년에는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우승 주역이 됐다. 우승 기여도를 인정한 보스턴은 2019년 3월 세일과 5년 1억4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계약이었는데 이때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2019년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2020년 3월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1년 8월 복귀했지만 2022년에는 갈비뼈 피로 골절로 7월에야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2경기 만에 강습 타구에 맞아 새끼손가락이 골절됐고, 재활 중 자전거 사고로 손목이 부러져 완전히 시즌 아웃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