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한화 와서 가르쳐주면 딱인데…보험용→재계약, 2년차 산체스 숙제가 많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2.31 06: 00

“체인지업 하나만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한화 외국인 좌완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는 지난 5월 KBO리그 데뷔 후 빠르게 연착륙했다. 7월1일까지 첫 9경기(48⅔이닝)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로 호투했다. 좌완으로서 최고 153km 패스트볼에 빠른 템포와 좌타자 몸쪽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투구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이후 15경기(77⅓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5.24로 부진했다. 투구 동작에서 몇 가지 습관이 노출돼 수정 작업을 거친 뒤에도 직구-슬라이더 중심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타자들에게 공략 당했다. 3번째 구종이 마땅치 않았고, 결정구 부재로 우타자에 약점이 두드러졌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가 재계약 후 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5.17 / dreamer@osen.co.kr

150km 좌완 강속구에 제구력도 안정된 투수이지만 한화가 선뜻 산체스와 재계약하지 못한 이유. 한화는 산체스를 보류선수명단에 넣어 ‘보험용’으로 남겨두고 1선발급 투수를 찾았지만 어느 때보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올해 버치 스미스에게 크게 데인 한화는 부상 리스크가 있는 선수들을 영입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후보 범위 자체가 더 좁았다. 접촉한 선수들은 미국 잔류를 택하거나 일본팀이 붙으면서 몸값이 뛰었다. 
지난 9일 펠릭스 페냐와 최대 105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한 한화는 시장 상황을 조금 더 봤지만 오래 끌지 않았다. 산체스와 26일 최대 7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시간을 더 끌 수 없는 데에는 사정이 있었다. 한화는 내년 1월30일 호주 멜버른으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2월19일까지 3주간 훈련이 예정돼 있다. 호주는 중남미 국적자에 대한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린다. 산체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7.21 / dreamer@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8.08 / dreamer@osen.co.kr
1월까지 계속 기다리면서 새로운 투수를 찾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산체스의 캠프 정상 합류를 위해선 연내로 결정해야 했다.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라면 늦게 와도 괜찮겠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교정하고 다듬으며 준비해야 할 산체스라면 캠프 정상 합류가 필수였다. 
외국인 투수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한화도 더는 결정을 늦출 수 없었다. 산체스가 아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선수라면 몰라도 리그를 1년 경험했고, 26세 젊은 나이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 다른 팀에서도 한화가 산체스를 포기하면 대체 카드로 눈여겨볼 만큼 가지고 있는 게 좋은 투수다. 시즌 전체 성적도 24경기(126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79으로 나쁘지 않았다. 
한화 코칭스태프도 재계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즌 종료 후 출국을 앞둔 산체스에게 비시즌 과제도 줬다. 팔 높이를 하나로 고정하고,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 연습뿐만 아니라 체중 관리의 필요성까지 당부했다. 후반기에 체중이 늘어 수비에서 움직임이 둔해진 부분도 있었는데 재계약 시점까지 6kg 감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할 만하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7.01 / foto0307@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9.28 / foto0307@osen.co.kr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우타자 상대로 쓸 수 있는 변화구를 만드는 것이다. 시즌 중 한화 관계자들은 산체스에 대해 “체인지업 하나만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말했다. 같은 팔 높이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을 장착한다면 특급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런데 변화구 하나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캠프 때부터 최원호 감독, 박승민 투수코치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래서 한화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다. ‘류현진 하면 체인지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최고 구종. 류현진이 한화에 오면 같은 좌완 산체스가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어 체인지업 장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화에서 기대하는 또 하나의 류현진 효과다. 
한편 산체스는 재계약 후 “한화 이글스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대전의 이글스 팬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쎄 설렌다”며 “올 시즌 통해 나타난 나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내년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기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류현진이 체인지업 그립을 잡고 있다. 2022.02.23 / soul1014@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한화 이글스 제공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