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준척급 선발 자원들이 하나둘씩 소속팀을 구하고 있는 가운데 거취를 고민 중인 류현진(36)에게도 메이저리그 잔류 기회가 찾아올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가 우완 선발 자원 루카스 지올리토(29)와 2년 3800만 달러(약 500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보도했다.
2016년 워싱턴 내셔널스리그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지올리토의 8시즌 통산 성적은 180경기(1013⅔이닝) 61승 62패 평균자책점 4.43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에이스감은 아니지만 3선발 정도의 레벨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이었던 2019년 29경기 14승 9패 평균자책점 3.41과 함께 올스타에 선정되며 커리어하이를 써낸 바 있다.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화이트삭스에서 시작해 LA 에인절스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두 차례나 트레이드 됐고, 세 팀에서 33경기 8승 15패 평균자책점 4.88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무려 홈런 41방을 허용하며 LA 다저스 랜스 린(44피홈런)에 이어 리그 전체 피홈런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럼에도 4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에 골인하며 명문 구단 보스턴의 선발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베테랑 선발투수들의 몸값이 유독 높게 형성되고 있다. 36세의 랜스 린이 지난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1년 보장 1100만 달러(약 142억 원), 최대 2500만 달러(약 324억 원)에 계약했고, 35세 일본인투수 마에다 겐타는 2년 2400만 달러(약 311억 원)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향했다.
이어 34세 베테랑 우완 소니 그레이 또한 3년 7500만 달러(약 974억 원) 조건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선발 변신에 성공한 34세 세스 루고는 3년 4500만 달러(약 593억 원)에 캔자스시티 로열스행을 확정 지으며 모두 후한 대우를 받았다.
이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리는 FA 류현진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 류현진 또한 36세의 베테랑 선발 자원으로, 메이저리그 4~5선발은 충분히 소화 가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작년 토미존 수술로 인해 내구성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토미존 수술 이력이 있는 마에다가 2000만 달러가 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선발 풀타임 경력이 1년밖에 되지 못하는 루고마저 4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13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빅리그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후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잠시 암흑기를 보냈지만 2018년 15경기 평균자책점 1.97에 이어 2019년 29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부활하며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의 대형 FA 계약을 이뤄냈다. 류현진의 다저스 시절 통산 성적은 126경기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이다.
류현진의 토론토행은 계약 첫해 신의 한 수로 여겨졌다. 코로나19로 경기수가 축소된 2020시즌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팀의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아메리칸리그) 투표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토론토 생활을 예고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듬해 162경기 풀타임 시즌서 막바지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토론토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후 2022년에도 6경기 2승 평균자책점 5.67의 부진을 겪다가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조기에 시즌을 마쳤다.
류현진은 4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남겼다. 수술 여파로 인해 8월 복귀가 이뤄졌고, 9월 중순까지 의지의 사나이로 불리며 순항하다가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전(4⅓이닝 5실점)과 10월 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3이닝 2실점)에서 연달아 흔들렸다.
류현진은 현재 친정 한화 복귀와 메이저리그 잔류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 중인 상황. 지난 28일 한화 손혁 단장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1순위는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미국이 류현진을 원한다면 굳이 한화 복귀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
준척급 선발 자원들의 계약 소식이 차례로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 또한 미국에서 새 둥지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복수 언론은 여전히 류현진을 '가치가 있는 베테랑'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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