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야마모토와 함께 다저스를 쓰러뜨리는 상상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7)는 29일, 일본 음성 전달 플랫폼인 'stand.fm'을 통해서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모두 지구 라이벌인 LA 다저스와 계약한 소감을 전했다. 다르빗슈는 오타니, 야마모토와 함께 다시 뛰기를 원했지만 샌디에이고 구단의 미온적인 대응에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모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는 12억 3억2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 계약 중 계약기간 내에 단 2000만 달러만 받는 지불 유예를 결단했다. 우승을 원하는 오타니는 다저스의 투자 여력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불 유예를 먼저 제안했다. 이 덕분에 다저스는 야마모토에게 12년 3억2500만 달러의 거액을 안길 수 있었다. 오타니 덕분에 야마모토는 계약 기간 내에 총액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야마모토는 "정말 이기고 싶다. 계속 이길 수 있는 팀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었고, 그것에 가장 가까운 팀이 다저스라서 결정했다”며 “구단 관계자들과 얘기하면서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많이 느꼈다. 선수들도 같은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구 라이벌이 강해지는 것을 지켜본 다르빗슈는 속이 탄다. '스포니치 아넥스' 등 현지 언론들에 의하면 다르빗슈는 "매우 슬프다"라면서 "다저스 구단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굉장히 치밀한 팀이고 야구를 열심히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샌디에이고 소속이기 때문에 항상 다저스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저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더욱 무너뜨리고 싶었던 상대가 다저스였다"라면서 '타도 다저스'의 의지를 드러냈다.
다르빗슈가 다저스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과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이전, 이미 다저스에서 뛴 바 있다. 2017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던 다르빗슈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다저스는 당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다르빗슈가 낙점됐다. 텍사스에서 전반기 22경기 6승9패 평균자책점 4.01로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다저스 이적 후에는 9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3.44로 활약했다.
가을야구 과정에서도 다르빗슈는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까지 2경기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68(11⅓이닝 2자책점) 호투를 펼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는 악몽 그 자체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1⅔이닝 4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그리고 운명의 7차전에서도 1⅔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다르빗슈의 다저스 생활은 반시즌으로 끝났다. 2018년부터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지만 다저스타디움을 찾으면 야유 세례를 받아야 했다. 비록 그 후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이 사인 훔치기를 벌였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다르빗슈의 월드시리즈 부진에 대한 비난 강도는 다소 누그러졌다.
이어 "1년 전에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모두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수 있다면, 일본인 선수들이 모여서 다저스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상상도 했다"라고 속내를 드러내면서 샌디에이고가 이렇다 할 영입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모두 좋아하니까 같이 야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오타니도 야마모토도 구단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미팅도 하지 못한 채 다저스와 계약했다. 이 때문에 힘이 빠졌다. 솔직히 너무 슬프다"라고 재차 감정을 드러냈다.
그래도 다르빗슈에게는 일본인 동료가 생겼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236세이브를 기록한 마쓰이 유키와 5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마쓰이와 샌디에이고가 연결될 때부터 다르빗슈는 "잠을 못자겠다"라면서 마쓰이와 함께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래도 마쓰이가 우리 팀에 왔다. 마쓰이와 함께 정말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