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류현진(36)의 거취가 새해로 미뤄진 가운데 메이저리그에 잔류한다면 새 팀을 찾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분위기다. 친정팀 한화 이글스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메이저리그 FA 시장 상황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이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된 류현진은 지난 10월19일 귀국했다. 입국 당시 향후 FA 거취에 대해 류현진은“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달 9일(이하 한국시간) 단장 회의 때 모습을 드러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내년에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던질 것이다”고 류현진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수요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3일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은 류현진은 “여러 구단들의 제안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12월 중순쯤 되면 어떤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12월 중순이 지나고, 연말이 됐지만 류현진의 행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 일본 특급 선수들의 거취 결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나머지 FA 선수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투수 최대어’ 야마모토가 행선지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다저스 포함 무려 12개 구단들이 야마모토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FA 시장이 올스톱됐다. 22일 야마모토가 다저스행을 결정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새해에도 시장이 더디게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스턴 지역 매체 ‘매스라이브’ 크리스 코티요 기자는 ‘야마모토가 계약하면서 이번 주부터 선발투수 시장이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 에이전트가 좋은 지적을 했다. 보라스는 조던 몽고메리와 블레이크 스넬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는 천천히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남은 FA 투수 중 가장 높은 급으로 평가받는 몽고메리와 스넬 모두 보라스 소속 선수들이다. 몽고메리는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가치를 높였고, 스넬은 5년 만에 사이영상 수상으로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둘 다 2억 달러 안팎의 대형 계약이 예상된다.
구단들에게 ‘악마의 에이전트’로 통하는 보라스는 시장 수요와 분위기를 파악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선발투수 부족에 시달리는 메이저리그라 몽고메리, 스넬 계약을 쉽게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특급들의 거취 결정이 늦어질수록 후순위에 있는 준척급 선수들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류현진이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남는다면 당장 결정이 이뤄질 것 같진 않은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KBO리그 ‘친정팀’ 한화 이글스와 계속 연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혁 한화 단장이 지난 28일 류현진과 저녁 식사를 한 것이 알려졌다. 손혁 단장은 2009년 한화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투수 인스트럭터로 류현진과 친분을 쌓았고, 해설위원 시절에도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꾸준히 소통했다. 워낙 가까운 사이라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한화 단장과 돌아오면 한화 선수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화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류현진은 미국 잔류 또는 한국 복귀에 대한 거취 결정을 당초 연내에는 알리려고 했지만 시장이 더디게 흐르면서 1월초로 미뤘다. 하지만 한화는 데드라인을 따로 두지 않고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다.
1월이든 2월이든, 더 나아가 3월 이후로도 류현진의 결심만 서면 최고 대우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이 늦어짐에 따라 거취 결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류현진에겐 한화라는 따뜻한 집이 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급하거나 서두를 게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