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로버츠(50) LA 다저스 감독의 입이 귀에 걸렸다. 투타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에 이어 괴물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까지 모두 다저스에 왔다. 일본의 특급 듀오를 연이어 선물로 받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다저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야마모토와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한 뒤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식을 열었다.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야마모토는 스탠 카스텐 회장, 브랜든 곰스 단장, 로버츠 감독 등 다저스 수뇌부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지난 10일에도 다저스타디움에선 입단식이 있었다.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최고액에 FA 계약한 오타니를 위한 자리였다. 등번호 17번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옆에는 마크 월터 공동 구단두,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 곰스 단장과 함께 로버츠 감독이 자리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 기자회견을 누구보다 흐뭇하게 바라봤다.
야마모토 입단식도 마찬가지.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종합하면 로버츠 감독은 “이번 오프시즌은 우리 모두에게 기념비적이다. 젊고 훌륭한 선수들로 전력이 보강됐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목표는 그대로”라며 “선발투수가 넘치는 것은 야구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선발진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영입 사이에도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글래스노우와 곧바로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한 다저스는 오타니, 야마모토와 함께 3명의 선수에게만 총액 11억61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4972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화끈한 전력 보강으로 로버츠 감독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가을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조기 강판되며 손 쓸 틈도 없이 3연패 조기 탈락 쓴잔을 들이킨 로버츠 감독이지만 내년 시즌 야마모토-글래스노우라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생겼다.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쳐 돌아올 워커 뷸러와 올해 성공적인 데뷔를 한 바비 밀러, 에밋 쉬헨, 가빈 스톤 등 신인 투수들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내후년 오타니까지 투수로 복귀하면 그야말로 선발이 넘친다.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로버츠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로버츠 감독은 “1·2·3선발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글래스노우와 야마모토, 밀러 그리고 초반 합류가 어려울 것 같은 뷸러 중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며 “훌륭한 선수들이 합류해 감독으로서 이보다 더 흥분되는 일은 없다. 아마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부러움을 받는 감독일 것이다”고 자신했다.
아무래도 최고액을 들인 야마모토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는 겸손하면서도 경쟁심이 있다. 정말 기대된다”면서 “일본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판했다. 메이저리그는 4~5일 휴식으로 던져야 하는데 그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쪽으로 대화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돈 매팅리 감독의 후임으로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프리드먼 사장이 다저스에 와서 직접 선임한 첫 사령탑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수단을 잡음 없이 관리하는 데 능하지만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투수 교체 등에서 임기응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월드시리즈 때 투수 교체 논란 속에 준우승으로 끝나 경질론이 들끓었지만 프리드먼 사장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3+1년 연장 계약을 줬다. 2022년 시즌 전 3년 연장 계약으로 2025년까지 자리를 보장받은 로버츠 감독은 프리드먼 사장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내년이면 9년째 자리를 지킨다.
8년간 로버츠 감독의 통산 성적은 1195경기 753승442패 승률 6할3푼.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그 중 7번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했다. 2017~2018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월드시리즈 우승 한을 풀었지만 최근 3년 연속 가을야구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내년에는 오타니, 야마모토 일본 특급 듀오를 앞세워 내년에는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