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정체됐던 초특급 유망주 출신의 투수. 고향팀에서는 달랐다. 더 이상 유망주라고 부를 수 없는 나이인 만 29세. 심재민은 고향팀 롯데에서 살림꾼으로 부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소 기울었던 트레이드의 평가도 균형을 맞췄다.
심재민은 아마추어 시절, '천재', '초특급 유망주' 소리를 듣던 좌완 투수였다. 또래들보다 덩치도 컸고 기량도 월등했다. 이러한 명성은 전국적으로 퍼졌고 '코끼리' 김응용 전 감독에게도 소식이 들렸다. 김응용 전 감독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면서 쑥쑥 성장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심재민은 보통의 선수들이라면 주눅들법 한 김응용 감독을 좀 더 친근한 호칭인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김해 리틀야구를 평정한 심재민은 이후 부산 개성중 개성고를 거쳤고 김응용의 애제자로 전국적인 유망주가 됐다. 심재민은 2014년 당시 신생팀 KT의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다. 1군 통산 293경기 13승20패 2세이브 31홀드 평균자책점 5.03의 성적을 기록했다.
KT의 좌완 불펜요원으로 요긴하게 중용을 받았다. 40경기 이상 던진 시즌이 5시즌이었다. 2017년 개인 최다인 64경기(74⅔이닝)에 나서서 1승7패 13홀드 평균자책점 5.18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 심재민은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4경기 2이닝 평균자책점은 22.50에 달한다. 퓨처스리그에서는 8경기(11⅓이닝)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9의 성적을 남기고 있지만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체중 관리에 실패했고 전력 외로 분류를 받으면서 의욕도 떨어졌다. 결국 지난 5월19일 내야수 이호연과 트레이드 되어 고향팀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심재민 트레이드의 초기에는 롯데가 좋은 얘기를 못 들었다. 내야진이 질과 양 모두 부족했던 KT였는데 이호연이 합류와 동시에 맹활약했다. 이호연의 존재로 숨통이 트였고 꼴찌에서 정규시즌 2위까지 올라섰다. 이호연의 공이 적지 않았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포츠투아이' PTS 데이터 기준, 올해 KT에서 던진 4경기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6.4km에 불과했다. 그러나 롯데 이적 후에는 139.3km까지 상승했다. 2022시즌의 141.1km에는 못미치지만 선발 투수로 나선 기간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회복이었다.
구위를 되찾자 기록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히 투수진이 부상으로 힘겨웠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등으로 투수진에 공백이 생겼을 때 심재민은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제 몫을 다했다.
팀 적으로 보면 KT로 이적한 이호연은 한국시리즈까지 경험 했고 심재민은 이적 후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호연의 맹렬 했던 기세는 정규시즌 막판에 다소 꺾였던 반면, 심재민은 트레이드 후 초반 부침을 딛고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좌완 자원으로 거듭났다.
트레이드 평가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이제 심재민은 2024시즌 5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올해 보직을 자주 바꾸면서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선발로 6경기 26⅔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3.38의 기록을 남겼다. 한현희, 이인복 등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선발로서 보여준 희망이 있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불펜이나 롱릴리프에서도 충분히 제 몫이 가능한 자원이다. 좌완 투수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부족한 롯데의 상황에서 심재민의 가치는 높다. 그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 심재민은 다소 기울었던 트레이드 평가를 다시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잊혀진 유망주에서 부활해 롯데 좌완 투수진의 기둥이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