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LA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 쇼헤이(29)는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야마모토 요시노부(25)에게 짧고 굵은 한마디를 건넸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하라.”
오타니의 한마디가 통했던 것일까. 야마모토는 오타니를 따라 다저스행을 결정했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190억원)로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장 기간, 최대 금액에 입단 합의를 했다. 계약금만 무려 5000만 달러에 달하며 6년차, 8년차 시즌 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등 모든 면에서 투수 역대 최고 대우였다.
다저스는 28일 계약을 공식 발표했고, 야마모토는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입단식에서 첫선을 보였다. 영어로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라고 한다. 역사적인 프랜차이즈의 일원이 돼 매우 기쁘다. LA를 새로운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표현할 수 없다”고 입단 소감을 먼저 말했다.
이어 야마모토는 “많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주고, 높게 평가해주며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다저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많은 팀에서 관심을 갖고 제의를 하며 귀한 시간을 내준 것도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결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부터 다저스 일원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 더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하루하루를 보낼 것을 팬들께 약속한다. 오늘부터 동경하는 것을 멈추고, 나 스스로가 동경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과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다저스와 계약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야마모토는 “정말 이기고 싶다. 계속 이길 수 있는 팀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었고, 그것에 가장 가까운 팀이 다저스라서 결정했다”며 “구단 관계자들과 얘기하면서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많이 느꼈다. 선수들도 같은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다저스와 만남을 가진 야마모토는 이곳에서 오타니 외에도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윌 스미스 등 다저스 주축 선수들과도 마주했다. 야마모토는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것을 느꼈다. 구단 사람들도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로 보여 앞으로 몇 년간 야구 인생을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팅 때 다저스와 계약 결심을 굳혔다고 답했다.
같은 일본인 선수 오타니의 존재도 야마모토의 다저스행을 이끈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에 대해 야마모토는 “만약 오타니가 다른 팀을 선택했더라도 나는 다저스를 선택했을 것이다”고 말하면서도 “오타니는 일본인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다.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고 인정했다.
미팅 자리에서 오타니의 한마디도 결정타였다. 야마모토는 “야구장에서 만났을 때 ‘후회 없는 결정을 내려라’고 말해줬다. 또 그 자리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말도 해줬다”고 뒷이야기도 전했다. 야마모토의 후회 없는 선택은 다저스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최고 투수로 군림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공 하나 던지지 않은 투수에겐 지나치게 비싼 계약이라는 우려도 있다. 투수 역사상 최고액 계약에 대해 야마모토는 “정말 높게 평가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아직 미국에서 뛰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메이저리그가 목표였기 때문에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는 기쁨도 있지만 앞으로 정말 힘든 일도 많을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응 과정에서 겪을 어려움도 각오했다.
178cm 80kg의 체격을 갖춘 우완 투수 야마모토는 지난 2016년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했다. 지명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지만 프로 입단 후 폭풍 성장했다. 2017년 1군 데뷔 후 구원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꿔 정상급 투수로 떠올랐다.
일본프로야구 7시즌 통산 성적은 172경기(897이닝) 70승29패1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922개. 2019년 평균자책점 1위, 2020년 탈삼진 1위를 차지한 야마모토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초로 3년 연속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등 투수 4관왕을 해냈다. 올해도 23경기(164이닝) 16승6패 평균자책점 1.21 탈삼진 169개로 위력을 떨쳣다. 3년 연속으로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MVP를 휩쓸면서 노히트노런도 두 번이나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