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도합 145세 베테랑 내야진에 마침내 젊은 피가 수혈된다. 상무 복무 기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돌아온 천성호(26)가 내야진 세대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진흥고-단국대 출신의 천성호는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라운드 12순위 상위 지명을 받은 내야 기대주다. 아마추어 시절 줄곧 단국대 4번타자를 담당했고, 발이 빠른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으며 대졸 선수임에도 2라운드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천성호는 데뷔 첫해 66경기 타율 2할3리 1타점으로 프로의 맛을 본 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며 다시 한 번 KT의 기대주임을 입증했다. 근성과 투지, 준수한 수비 능력을 앞세워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듬해 41경기 타율 2할8푼6리 4타점의 기량 발전을 보였는데 특히 타율 5할4푼5리 3타점 맹타를 휘두른 9월이 인상적이었다.
천성호는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퓨처스리그 첫해 81경기 타율 2할7푼6리 35타점에 이어 2년차인 올해 79경기 타율 3할5푼 44타점 69득점 16도루 OPS .872 맹타를 휘두르며 2군을 평정했다. 타격 부문에서 NC의 박주찬(타율 3할3푼6리)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남부리그 타격왕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율상을 직접 수상했다.
당시 천성호는 “군 입대했을 때 상을 받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올해 받을 수 있어서 되게 기쁘다. 수상은 상무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 덕분이다. 문경이 되게 먼 곳인데 멀리까지 와주셔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팬들과 가족에게 감사하다”라며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뵙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11월 1일 전역을 명받은 천성호는 곧바로 제주도에서 열린 KT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2024시즌을 준비했다. 퓨처스리그 타격왕답게 훈련 모습과 성과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입대 전 선보인 근성과 투지도 그대로였다. KT 관계자는 “천성호 본인이 직접 전역 후 마무리캠프 참가 의지를 보였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한 선수라 구단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KT가 2021년 통합우승을 비롯해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원동력은 베테랑 내야진의 힘이다. 캡틴이자 2루수 박경수(39)를 필두로 1루수 박병호(37), 3루수 황재균(36), 유격수 김상수(33)가 각자 위치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안정적인 수비는 기본이고, 상황에 맞는 팀플레이로 더그아웃에 있는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4명 나이 총합은 145세이며, 2009년 프로에 입단한 15년차 김상수가 막내다.
KT는 내년에도 이들을 주축으로 내야진을 꾸릴 계획이다. 그러나 동시에 더는 세대교체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 40세가 되는 박경수가 담당하고 있는 2루수 포지션의 새 주인이 필요하며, 1루수, 3루수, 유격수 또한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천성호의 임무가 막중한 이유다.
박경수는 천성호가 돌아온 내년이 비로소 KT 내야진이 리빌딩을 이뤄낼 적기로 바라봤다. 7월에는 우승 유격수 심우준도 전역한다. 박경수는 “천성호가 상무에서 굉장히 잘하고 왔다. 내년에는 심우준도 돌아온다”라며 “물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구단에서 나를 보험 아닌 보험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후배들이 자리를 잡으면 과감히 놓고 떠나는 그림을 만들고 있다”라고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기원했다.
군에서 자신감을 확실히 얻고 돌아온 천성호의 각오도 남다르다. 천성호는 구단을 통해 “군대에서 몸 건강하게 잘 돌아왔고, 좋은 성적도 냈다”라며 “내년에는 수원에서 작년에 했던 기록만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장에서 뵙겠다”라고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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